새해 경제단체장들 신년사는 일제히 '규제 완화 호소'에 방점이 찍혔다. 정부가 추진한 반(反)기업 법안이 대거 입법되며 기업 경영 환경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미-중 무역 갈등, 한-일 무역 갈등 같은 대외적 이슈를 강조한 것과 달리 새해엔 국내 정치와 기업 규제가 경영의 최대 화두로 된 점이 부각됐다.
30일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5단체장들은 신년사에서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 완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매해 규제 완화는 경제단체장들이 역설하는 단골 주제다. 그러나 2021년 신년사는 글 전체 절반 이상을 규제 완화 역설에 할애할 정도로 간곡한 호소가 이어졌다. 집단 소송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등 기업 활동에 큰 부담을 주는 법안과 관련 후속 보완 입법을 강구해 달라는 것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신년사에서 “경제·사회가 성숙하려면 법으로 규제하고 강제하는 방식보다 자율 규범이 작동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선진 방식이 더욱 바람직할 것”이라면서 “우리 사회에서도 무리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자율 규범이 형성될 수 있도록 많은 조언과 격려를 해 달라”고 주문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더 많은 기업인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시장에서 맘껏 뛸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면서 “한국 기업에만 족쇄를 채우는 규제나 비용 부담을 늘리는 정책을 거두어 달라”고 호소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일련의 반기업 법안들에 대해선 후속 보완 입법을 강구, 기업들이 최소한의 대응 여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적 배려를 당부한다”고 역설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으로 새해를 맞는 가운데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중기인들의 기업가 정신을 살려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한 투자 확대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면서도 “이를 위해 무엇보다 새로운 규제 입법을 막고 기존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단체장들은 산업 구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기업들의 혁신과 체질 개선도 당부했다.
손경식 회장은 “우리 경제는 반도체,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 바이오, 헬스케어, 전기차, 수소차,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분야가 확대되는 산업 구조 재편 과정을 겪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새해에는 우리 기업들이 스스로 환경, 기후 대응, 지배구조 개선, 안전 투자 확대 등 시대적 요구에도 적극 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창수 회장은 “2021년은 우리 경제가 '생사기로에 서는 한 해'가 될 수 있다”면서 “절박한 심정으로 산업 구조를 혁신하지 않으면 우리는 잃어버린 10년, 20년을 맞을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다자간 협력이 중시되고 디지털·환경·노동 이슈가 새롭게 부각되는 기존 통상 질서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면서 “대전환의 기로에 선 우리 무역이 코로나19 위기를 신속하게 극복하고 수출 활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각오를 주문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