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새로운 최상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100'을 공개했다. 전작에 비해 성능을 대폭 끌어올려 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 퀄컴에 이어 5나노(㎚) 초미세 플래그십 AP 시장에 진입하면서 차세대 AP 시장 주도권을 거머쥘 채비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12일 자사 플래그십 AP '엑시노스 2100'을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AP 신제품을 공개하는 것은 2019년 10월 '엑시노스 990'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이번 신제품은 각종 연산을 담당하는 AP와 통신 기능을 담당하는 모뎀 칩이 하나로 통합된 삼성전자 최초의 프리미엄 5세대(5G) 통합 칩이다. 또 엑시노스 2100은 삼성전자 플래그십 AP로는 처음 5나노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제품이다.
초미세 공정을 적용하면서 각종 기능이 고도화했다. 삼성전자 측은 칩 내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이 7나노 공정을 적용한 전작보다 각각 30% 및 40% 향상됐고,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성능도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칩 설계에서도 변화를 줬다. 이번 AP 설계도 영국 반도체 설계자산(IP) 회사 ARM과 공고한 협력을 구축했다. AP는 ARM의 '코어텍스-X1' 1개, '코어텍스-A78' 3개, 저전력 '코어텍스-A55' 4개를 탑재한 '트라이 클러스터' 구조로 설계됐다. 최대 2.9㎓ 주파수를 구현하면서 멀티코어 성능은 기존보다 30% 이상 향상됐다. GPU는 ARM의 말리-G78 IP가 탑재돼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을 생동감 있게 즐길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AI 기능도 강화됐다. 신경망처리장치(NPU) 코어의 경우 불필요한 연산을 배제하면서 초당 26조번(26TOPS) 이상의 AI 연산 성능을 확보했다. 또 2억 화소 이미지까지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이미지처리장치(ISP)로 고성능 카메라를 지원하고, 5G 모뎀은 저주파대역과 초고주파대역 등 주요 주파수를 모두 지원하면서 5G 스마트폰의 효용성을 높였다.
특히 5나노 EUV 공정을 사용해 7나노 공정 대비 최대 20% 소비전력을 개선했고, AI 연산에 사용되는 전력은 절반으로 줄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엑시노스 2100 성능이 기존에 비해 상당히 나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작인 엑시노스 990은 전력 효율성 등 문제로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에도 탑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에 절치부심한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각종 칩 공정 개선과 칩 구조 효율화, 최첨단 ARM IP 탑재 등으로 전작 대비 큰 품질 향상을 도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최근 발표된 5나노 기반 퀄컴의 플래그십 칩 '스냅드래곤 888' 주파수(2.84㎓)를 소폭 앞서고, AI 엔진의 연산 속도도 동일하다.
엑시노스 2100은 애플 A14 바이오닉, 퀄컴 신규 플래그십 칩 출시에 이은 5나노 공정 플래그십 칩으로 삼성전자가 글로벌 5나노 AP 전쟁에서 본격 사용할 무기다. 이미 생산을 시작한 엑시노스 2100은 출시를 앞둔 갤럭시S21에 탑재될 예정이다. 국내와 유럽·일본 시장에 공급하는 갤럭시21 일부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은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품 발표 행사에서 “엑시노스 2100에 최첨단 EUV 공정, 최신 설계 기술을 적용해 이전 모델보다 강력한 성능과 함께 한 단계 향상된 AI 기능까지 구현했다”면서 “앞으로도 한계를 돌파하는 모바일 AP 혁신으로 프리미엄 모바일기기의 새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