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오는 2023년 생산할 7나노 중앙처리장치(CPU) 대다수를 자체 생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7나노 CPU 파운드리 생산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구체적인 외부 생산 전략은 밝히지 않았다.
인텔은 21일(현지시간) 2020년도 4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오는 2023년에 생산할 7나노 CPU 파운드리 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밝히지 않았다.
밥 스완 인텔 CEO는 2023년 CPU 파운드리 전략에 대해 “외부 파운드리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고, 파운드리 회사들의 역할이 더욱 늘어날 것이지만 결정은 추후에 날 것”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은 팻 겔싱어 CEO가 내달 15일 공식적인 취임한 이후 구체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설명회에 함께 참석한 신임 CEO 팻 겔싱어는 “2023년도에 생산될 7나노 칩 대다수는 인텔에서 생산하게 될 것이지만, 파운드리 규모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최근 차세대 제조 공정인 7나노 공정 개발 난항으로, 주력 제품인 CPU를 외주 생산하는 전례 없는 방식을 택했다. 특히 인텔은 차세대 CPU는 각 구간을 블록화해 생산한 뒤 한 개 칩으로 패키징하는 '분해 전략(disaggregated strategy)'을 택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때 일부 블록을 파운드리 업체에게 외주 생산을 맡길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7나노 이하 공정이 가능한 파운드리 업체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 두 곳 뿐이다. 양 사 중 어느 곳에 CPU 외주를 맡기게 될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TSMC 양사 모두 인텔과 CPU 파운드리 생산을 타진 중이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삼성전자의 미국 오스틴 공장에서 올 하반기부터 인텔 그래픽처리장치(GPU) 및 칩셋 위탁생산이 시작될 것이라는 내용의 증권업계 리포트 및 국내외 언론 보도에 대한 설명과 질의응답은 없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팹에서 하반기부터 인텔의 GPU를 생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로 분석하고 있다. 오스틴 공장이 인텔의 첨단 GPU를 생산할 만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인텔은 이미 지난해 출시한 GPU 'DG1', 'SG1'을 자체 10나노 공정으로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인텔이 '아키텍처 데이' 행사에서 차후 파운드리에 맡기겠다고 밝힌 차세대 GPU 모델은 'Xe HPG'와 '폰테 베키오'다. 이들은 자체 보유한 공정보다 더 미세한 7나노 이하 양산 라인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 칩들이 극자외선(EUV) 공정을 확보한 삼성전자 화성·평택캠퍼스 또는 대만 TSMC에서 생산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현재 삼성 오스틴 공장에서 구현할 수 있는 최고 기술은 14나노 공정이다. 상반기 안에 오스틴 팹에 10나노 이하 라인을 갖춰 당장 인텔의 첨단 GPU를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업계 중론이다. 다만 현재 오스틴 팹에서는 14나노 기반 인텔 칩셋 생산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인텔은 지난해 연간 최대 매출 기록했다. 인텔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요 증가, 데이터센터용 CPU 시장 활황으로 779억달러(약 85조8300억원) 매출을 올렸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