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최근 2년 연속 연구개발(R&D) 투자를 줄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이 연속해서 R&D 지출을 줄인 건 이례적이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초미세공정 개발로 R&D 지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해 R&D에 129억달러(약 14조2000억원)를 썼다. 이는 2019년 대비 4% 줄어든 금액이다.
IC인사이츠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라고 분석했다. 또 “1% 감소했던 2019년에 이어 2년 연속 R&D 지출이 감소했다”며 “지난 2008년과 2009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인텔은 지난해 세계 반도체 업체 중 가장 많은 돈을 R&D에 썼다. 684억달러(약 75조3400억원)에 이른 전체 반도체 업계 R&D 비용 중 인텔 투자비는 19%를 차지했다. 그러나 금액이 줄면서 점유율도 2019년 22% 대비 하락했다. 인텔은 지난해 비용 절감 및 경영 효율화와 제품 정리에 나서면서 R&D 지출이 줄어든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R&D 지출이 크게 증가했다. 2019년 대비 19% 늘어난 56억달러를 투자, 업계 2위를 차지했다.
IC인사이츠는 “5나노미터(㎚) 이하 첨단 로직 공정을 개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 1위에도 도전하고 있다. 1위 TSMC를 추격하기 위해 5나노, 3나노 등 초미세공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파운드리 투자 강화에 따라 R&D 지출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반도체 R&D 상위 톱10에는 인텔, 삼성전자에 이어 브로드컴, 퀄컴, 엔비디아, TSMC, 미디어텍, 마이크론, SK하이닉스, AMD가 이름을 올렸다.
전통의 반도체 강자들이 포진한 가운데 엔비디아, 미디어텍, AMD가 R&D를 늘리는 양상을 보였다. 엔비디아는 2019년 6위에서 2020년 5위로, 미디어텍은 2단계 상승한 7위가 됐다. AMD는 2019년 11위에서 10위로 진입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