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빈트 서프, 토머스 에디슨의 후예로 불리는 레이 커즈와일, 미국 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무인 자동차 그랜드챌린지에서 우승한 스탠퍼드대 팀을 이끈 서배스천 스런, 베스트셀러 경제학 교과서 '미시경제분석'의 저자 핼 배리언.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모두 구글에서 근무하거나 근무한, 당대 자기 분야 최고의 전문가이다. 구글뿐만 아니라 세계 빅테크 기업들이 우수 인재 확보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인식 아래 인재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재 확보를 위한 빅테크 기업들의 노력은 삼고초려 수준에 버금간다. 아마존은 스카우트 제안을 거절한 월마트 시스템 담당 부사장 릭 달젤 영입을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인사 담당 임원이 달젤의 부인과 인간관계를 구축하고, 제프 베이조스가 아칸소주 벤턴빌에 직접 가서 부부를 저녁 식사에 깜짝 초대하는 등 노력해서 달젤을 영입함으로써 아마존 유통망의 기초를 구축했다.
빅테크 기업의 치열한 인재 유치 경쟁으로 명문 대학도 스타 교수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러서 스타 교수들에게 기업과 학교에서의 겸직을 허용하고 있다. '딥 러닝'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은 토론토대 교수직을 수행하며 구글에서 '구글 브레인'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고, 힌턴과 함께 컴퓨터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을 수상한 얀 르쾽은 뉴욕대 교수직을 가지고 페이스북의 최고 인공지능(AI) 과학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 등 국내 대학도 AI 분야 인재를 교수로 영입하기 위해 겸직 제한 규정을 완화하고 있다.
세계의 디지털 인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디지털 인재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되고 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미국의 외국인 전문 인력에 대한 H-1 비자정책이 변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디지털 우수 인력 유치를 위한 글로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빅테크 기업들의 인재 유치 경쟁도 치열하지만 한편으로는 세계의 많은 유능한 인재들이 빅테크 기업 취업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경영자(CEO)인 순다르 피차이, 사티아 나델라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인종이나 학력이 아니라 실력으로 평가되는 기업문화가 세계의 인재들을 실리콘밸리와 시애틀로 끌어들이고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AI 대학원, 소프트웨어(SW) 중심대학, 삼성·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계약학과 프로그램 등을 통해 디지털 인재 양성에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프로그램에 있는 학생들에게 장래 꿈을 물어 보면 상당수의 학생들이 구글·애플과 같은 미국 빅테크 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희망하고, 또 뛰어난 인재들이 우리나라에서의 좋은 기회를 뒤로 하고 미국 빅테크 기업으로 취업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양성한 우수한 인재들이 국내 기업에서 일하고 싶고, 더 나아가 해외의 우수한 기술 인력들이 우리 기업에서 근무하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국가 경쟁력 확보와 직결되는 중요한 과제다. 우리나라가 미국, 중국과의 인재 확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보수체계 마련과 함께 지식재산권에 대한 개발자 권리 보호 확대, 주식선택매수권의 적극 활용, 외국 인재들이 장기 거주할 수 있는 외국인 주거 및 교육 환경 구축 등 다양한 노력이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전개돼야 한다. 글로벌 인재 친화형 환경 구축을 통해 리드 헤이스팅스가 넷플릭스 성공의 첫째 요소로 꼽은 높은 수준의 '인재밀도' 확보가 우리 기업에서도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wonki.min@sunykorea.ac.kr
-
박지성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