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태양광 업계에 산업 밸류체인 중심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전국에 보급이 늘고 있는 태양광 발전소에 설치된 제품이 국산이냐 중국산이냐는 의견충돌이 벌어지면서 '셀' 원산지에 무게를 둘지 '모듈'을 제작한 지역을 기준으로 할지 의견이 나뉜다. 이에 태양광산업협회가 나서 국내 모듈 제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태양광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관점이 아닌 다수 회원사가 포진한 모듈업체 의견을 대변한 것이라는 눈총을 받고 있다. 태양광산업의 핵심이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태양광산업협회 태양광산업 셀에서 모듈로 이동 의견
태양광산업협회는 최근 논평에서 태양광 제조산업의 중점은 셀공정에서 모듈공정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양광 셀은 그 자체로는 발전설비로서 기능할 수 없고, 실리콘 기반 태양광 셀을 이용한 효율 향상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국내 태양광 기업은 모듈 생산 공정에서의 기술을 개발·사용하고 있고 이는 글로벌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치킨게임에 가까운 생산용량 증설을 통해 공격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고 그럼에도 우리나라 태양광 기업은 모듈 생산 분야에서는 안정성과 기술력을 담보로 세계 시장에서 그들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산 셀을 사용한다고 해서 모듈마저 중국산이라고 치부하며 태양광산업을 음해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기 생산 핵심기술은 셀, 모듈은 응용기술
태양광업계 일각에서는 태양광 제조산업 중심이 태양광 셀에서 모듈로 이동하고 있다는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경계의 시선을 보냈다. 중국산 셀로 모듈만 조립해서 판매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은 기술강국 한국의 위상과 초격차 정신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프리미엄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적 이미지에 있어서도 매우 위험한 시각이라고 경고했다.
태양광 기업이 모듈 기술 연구에 집중하게 된 것은 기존 실리콘계 태양광 셀의 이론적 기술 한계 효율인 29%에 수렴하고 있어 연구를 진행해도 점진적 개선은 있으나 과거처럼 눈에 띄는 개선은 없는 상황에 기인한다.
그렇지만 모듈 연구는 전기를 태양광 셀에서 생산 후 셀에서 전기가 이동하는 과정과 그 전기가 모듈의 정션박스까서 도달할 때까지의 저항값을 줄여 전력생산 손실을 최소화하고 출력을 높이기 위한 응용연구다. 태양광 제품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유일한 부품은 셀이고 그 이후 모듈 공정은 셀에서 생산한 전기를 잃지 않고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한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시장관점에서 실리콘계를 태양광 셀을 스스로 생산하든, 외산을 구입해 응용연구에 매진하든 그것은 개별 기업의 전략이자 선택일 수 있으나 변하지 않는 사실은 '전기를 생산하는 것은 셀'이라는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국 업체가 거의 따라온 실리콘계 태양광 셀 프레임 안에서 그들의 셀을 공급받고 거기에 종속돼 응용연구 분야인 모듈 연구만을 지속하면 종국에는 핵심 영역인 태양광 셀 연구, 차세대 기술개발 리딩 포인트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태양광산업에서 셀 부문을 소홀히 여기면 결국 우리나라 태양광산업 경쟁력도 쇠락하고 친환경 저탄소 시대의 핵심 산업 주도권을 영원히 해외에 넘겨주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차세대 태양광 셀 기술 개발해야 중국과 경쟁 가능
전문가는 현재 실리콘계 태양광 셀은 이론한계 효율에 봉착하고 있다 해도, 차세대 태양광 셀을 만들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물질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셀 기술개발과 관련 산업지원에 소홀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다.
요즘 많이 회자되고 있는 패로브스카이트 물질을 활용한 '탠덤 셀', 혹은 패로브스카이트로만 태양광 셀을 구성하는 기술이 그 사례다. 패로브스카이트 태양광 셀을 만들면, 실리콘계 태양전지 대비 생산원가가 감소해 전략생산단가(LCOE)를 현저히 낮출 수도 있고, 이론한계효율 역시 40% 이상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무한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실리콘계 태양광 셀에서 기술개발 한계에 봉착했다고 한국 업체가 태양광 셀 분야에서 생산·연구를 지속하지 않고 외산 실리콘계 셀을 구매해 기술장벽이 낮은 모듈 응용연구만 진행해 제품을 양산하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리스크라고 지적한다.
이해석 고려대 교수는 “당장 발전효율 개선 측면에서 모듈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셀의 중요성을 저평가하는 것은 산업경쟁력 유지 측면에서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태양광산업에서 반도체라고 할 수 있는 핵심부품 셀을 모두 중국에서 수입해 모듈만 조립해도 된다고 하면, 중국에서 수출을 줄이거나 막으면 국내 후방 산업은 모두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중국과 맞서며 수출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한화큐셀과 LG전자, 현대에너지솔루션 등 셀부터 제조하는 기업이 든든히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와 업계가 셀 산업을 소홀히 해 셀 밸류체인이 무너지면 우리나라 태양광산업의 미래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