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자율주행 자동차에 꼭 필요한 장치가 라이다이다. 레이저 빛을 쏘아 주변에 사물이 있는지 확인하는 장치다. 카메라 방식이나 전파를 이용하는 레이더 방식보다 훨씬 정확하지만 값이 너무 비싼 것이 문제다. 그런데 최근 미국 벤처 기업 루미나가 라이다를 500달러 수준으로 가능한 기술을 개발, 주가가 급등했다. 라이다가 너무 비싸서 테슬라는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라이다 가격이 싸져도 쓸 생각이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루미나 창업자 오스틴 러셀은 고등학생 때인 2012년 이 회사를 설립했고, 물리학을 공부하기 위해 스탠퍼드대에 입학했지만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학교를 채 1년도 다니지 않고 중퇴했다.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하는 조건으로 젊은이에게 주는 '틸 장학금' 10만달러를 받았다.
'틸 장학금'은 머스크와 함께 창업한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틸이 2011년 5월 시작했다. 일반 장학금과 달리 틸 장학금은 2년 안에 대학을 떠나 창업하는 조건이다. 세상을 변화시킬 창업 아이디어가 있는 20세 이하 과학기술 영재를 발탁해서 2년 동안 창업 자금으로 10만달러를 지원하고, 창업에 필요한 도움을 준다. 장학금은 재능 있는 젊은이가 대학 학업에 들이는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창업에 적극 뛰어들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세계 1등 기업 애플도 스티브 잡스가 대학 중퇴 후 창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애플 시가총액은 우리나라 코스피와 코스닥 2400여개 회사 시가총액을 합한 것과 맞먹는다. 잡스는 대학을 1학기만 다니고 중퇴, 애플을 창업했다. 어릴 때 입양된 잡스는 친모의 입양 조건이 잡스를 대학에 보내는 것이었지만 살림이 넉넉하지 못한 양부모가 등록금 마련에 어려움 겪는 것을 보고 학업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창업한 빌 게이츠는 하버드대 입학 후 2년 만에 중퇴했다. 컴퓨터가 메인프레임에서 개인용컴퓨터(PC)로 변화되는 시기를 간파하고 대학 졸업 후 창업하면 그 사이 누군가 먼저 개발할 것이 두려워서 학업을 중단한 것이다.
이외에도 학업을 중단하고 창업을 택한 사람이 정보기술(IT) 분야에 특히 많다.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하버드대를 중퇴했고, 트위터 공동창업자 잭 도시와 에번 윌리엄스 둘 다 대학을 중퇴했다.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도 대학을 중퇴하고 1982년에 창업했으며, 델 창업자 마이클 델은 텍사스대를 중퇴하고 창업했다. 최근 전기자동차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테슬라의 머스크는 재료과학 박사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1995년 스탠퍼드대에 입학했지만 창업의 길을 택하면서 이틀 만에 학교를 자퇴했다.
우리나라에도 있다. 이병철 삼성 회장과 정주영 현대 회장을 꼽을 수 있다. 이병철 회장은 집안이 부유해서 일본에 유학했지만 와세다대 2학년 재학 중 귀국, 학업을 중단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삼성그룹을 일궜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반대에도 오늘날의 반도체 산업 토대를 다졌다. 그때 학업을 계속해서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다면 오늘의 삼성이 있었을까. 정주영 회장은 초등학교만 졸업했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모두가 대학을 중퇴하라는 것은 아니다. 대학을 중퇴하면 길이 열린다는 것도 결코 아니다. 반값 등록금에 각종 장학금 혜택을 받아 가며 따낸 대학 졸업장을 움켜쥐고 취업도 못하면서 쩔쩔매고 있는 수많은 젊은이가 너무나 안타깝다. 놀라운 변혁을 주도할 사람이 대학 문을 박차고 나와서 세계 기업을 세우는 등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깃드는 날이 오길 바랄 뿐이다.
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고문 yim@kic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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