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법 전부 개정안을 두고 업계와 정부·국회가 대립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이용자 반응이 과거와 사뭇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이용자는 본래 업계와 '운명 공동체'적 태도를 보였다. 게임이 사회, 법적으로 핍박받는 동안 '동지애'를 쌓은 영향이다. 규제 세력에 대항해 게임과 현장을 제대로 모르면서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업계의 든든한 지지기반이었다.
2011년 셧다운제 때도, 2014년 게임을 중독으로 규정하는 '신의진법' '손인춘법'이 등장했을 때도 이용자가 나서 게임을 보호하는 목소리를 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로 게임 행위를 질병으로 분류했을 때도 앞장서서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업계가 개정안이 현장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쏟아내도 이용자는 심드렁하다. 오히려 국회와 정부에 청원서를 제출하면서 개정안을 통과시켜달라며 힘을 실고 있다. 업계가 이용자 편의와 보호, 권리에는 관심이 없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게이머 대부분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불만으로 게임법 전부 개정안을 지지한다. 강제적 권한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견제해주길 바란다.
게이머들은 확률형 아이템이 과하다고 수년 전부터 지적했다. 게임사는 비즈니스 모델 고도화란 명목으로 이를 무시했다. 게임 운영과 업데이트 역시 매출을 끌어올리는 방식에 집중했다. 기업 성장과 매출에는 도움이 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지세력인 게이머의 반감을 샀다. 결국 수년간 이어진 불통과 운영 결과물이 이용자의 게임법 전부 개정안 찬성으로 이어진 것이다.
최근 게임 이용자는 과거 커뮤니티에서 항의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불만을 집단으로 표출한다.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온라인커뮤니티 '레딧'을 중심으로 뭉쳐 공매도 세력에 대항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트럭 시위'로 대표된다. 집단으로 몰려가 확성기를 사용하는 대신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트럭을 게임사로 보내 의견을 전달한다. 트럭 시위는 넷마블 '페이트 그랜드 오더' 이용자가 처음 시작한 이후 확산됐다. 이들은 넷마블이 이용자 의견을 묵살한다고 판단, 사옥 앞에 트럭을 세우고 항의했다.
넷마블은 권영식 대표 명의 사과문을 냈고 박영재 본부장이 직위를 내려놨다. 백영훈 부사장은 대면 사과를 했다. 이후 그라비티, 엔씨소프트, 넥슨에서도 트럭 시위가 이어졌다. 이들 모두 게임사의 불통을 이유로 삼았다.
경제적 여유가 있고 사회 경험이 있는 성인 이용자가 모바일 게임의 주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로서 목소리를 적극 내고 있다.
페그오 유저 간담회에 참석한 이용자는 “(시위 준비)모금이 게임 과금 액수보다 적기 때문에 민심이 불탈 일이 생기면 언제든 또 행동할 수 있다”며 “다음엔 주주총회에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가 게임의 본질과 게임 이용자에게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지기반을 잃는 게임산업은 존속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컴투스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 컴투스 '타이니팜' 이용자들이 트럭 시위를 위한 모금을 진행하고 있을 때 대화를 통해 풀었다. 또 자사 불찰로 시작된 시위인 만큼 모든 비용을 처리해주기로 했다. 이용자는 시위를 위해 모은 금액을 기부하기로 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