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틴이 세계적 칩 제조사 인텔과 협력해 3D 검사 장비를 개발했다. 업계에서 처음 개발한 반도체 웨이퍼 검사 장비로, 고적층 반도체를 꼼꼼하고 빠르게 검사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장비 업체로서는 이례적으로 인텔 생산라인에 장비를 납품하는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넥스틴은 최근 세계적인 광공학회 'SPIE' 콘퍼런스에서 신개념 검사 장비 기술을 업계 처음으로 소개했다. 이른바 '근적외선(NIR) 다중비초점면(TSOM) 3D 메모리 검사 장비'다.
이 장비는 정보 저장 공간을 수직으로 쌓아올린 낸드플래시 등 3D 메모리 웨이퍼를 검사하기 위해 만들었다.
오늘날 170단 이상의 초고적층 낸드플래시가 등장하면서, 기존 장비로는 낸드플래시 맨 밑바닥에 있는 각종 오염 물질(파티클)과 불량한 회로를 찾아내기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다. 이는 웨이퍼 생산성과 수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인텔과 넥스틴은 NIR과 TSOM 기술로 해법을 찾았다. 에칭 공정이 끝난 웨이퍼 검사 방법은 사진 촬영의 원리와 유사하다. 기존에는 검사 대상 영역에 일일이 초점을 맞춰(인-포커스) 사진을 찍은 뒤 불량 여부를 가려냈다.
그러나 NIR TSOM 기술은 의도적으로 초점이 빗나간 사진을 여러 장 찍은 뒤, 이를 한데 모아 양품과 불량을 가려낸다. 한 장의 사진은 흐릿하지만, 여러 장을 모아 공통적인 결함 데이터를 뽑아내면 훨씬 빠르고 정확한 검사를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별도 비교 모델도 필요하지 않다.
검사에 쓰이는 빛은 NIR을 활용했다. 이 빛은 기존 검사장비에 쓰였던 자외선(UV)보다 파장이 길다. 해상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져 덜 명료한 이미지를 건지지만, 파장이 길기 때문에 메모리의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2016년 처음 NIR을 활용한 TSOM 기술을 내놓았을 때보다 한층 더 깊숙한 검사가 가능하도록 성능을 업그레이드했다.
박태훈 넥스틴 사장은 “기존 소자가 단독주택 마을과 같다면, 최근 개발되는 3D 소자는 초고층 아파트”라며 “고층 아파트 사이에 있는 1층 화단의 쓰레기를 공중에서 찾아내는 작업에 비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넥스틴은 토종 검사 장비 업체다. 회사는 주로 미국 KLA, 일본 히타치 등과 다크 필드 검사장비 분야에서 경쟁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기술 수준을 한층 끌어올린 TSOM 장비 개발로 본격적인 브라이트 필드 장비 영역 진입을 노린다. 브라이트 필드 검사 장비는 다크필드 장비에 비해 기술 구현이 까다롭고, 장비 가격도 비싸다. 이 분야는 KLA,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인텔과의 협업이다. 세계 최대 칩 업체와의 장비 개발을 성공적으로 해내면서, 업계에서는 토종 장비 업체로서는 이례적으로 인텔 반도체 생산 라인에 장비 납품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점친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최근 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는 옵테인 메모리 라인에 넥스틴 장비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