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반도체, 모바일 등 시장 지배력이 있는 영역 중심으로 유의미한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의 해임 요구에 대해서는 회사 상황과 법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원론 입장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17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사상 처음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제5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부회장은 지난 1월 “최근 3년 내 유의미한 M&A를 하겠다”는 발표 이후 진행 상황은 어떠냐는 주주 질문에 신중히 탐색 중이라고 답했다. 김 부회장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M&A 대상을 신중히 탐색 중”이라면서 “기존 사업의 지배력 강화나 기존 사업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에 중점을 두고 탐색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부회장은 “실행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다”면서 “전략적 M&A를 통해 미래 성장 발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1월 2020년 4분기 결산실적 콘퍼런스콜에서 2023년까지 대형 M&A를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가장 유력한 영역은 삼성전자가 확고한 시장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반도체나 모바일 영역이다. 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차량용 반도체나 파운드리 중심으로 삼성전자가 공격적 M&A를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쏟아졌다.
하지만 빠른 시일 내 차량용 반도체를 포함해 주요 반도체 개발·생산기업 인수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그 대신 시스템 반도체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영역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요소 기술 기업을 우선순위로 물색할 공산이 크다. 실제 이달 초 삼성전자는 주주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올해 빅데이터, 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역량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영역에서 미래 가치가 뛰어난 기업 대상으로 M&A를 시도할 가능성이 짙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잉여 자금이 쌓이면서 투자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라면서 “총수 부재로 대규모 M&A 의사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 기술 확보와 투자자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는 AI, 클라우드 등 스타트업 중심의 기업 인수가 최적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 대상의 대규모 M&A는 전무하다. 이재용 부회장도 1월 국정 농단 파기 환송심 재판에서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내년 7월에 출소한다 해도 불법 승계 의혹 재판과 취업 제한 등 산적한 과제가 많아 대규모 투자나 M&A는 신중히 접근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도 나왔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