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금융거래법 일부법률개정안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빅브라더' 논란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빅테크 내부거래 외부결제청산을 별도 망으로 관리하면서 이를 금융위원회가 관리·감독하고 한국은행은 기존 은행 지급결제망을 담당해 각각 분리 운영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두 기관간 새로운 전환점으로 작용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결제원 금융공동망에 빅테크와 핀테크 지급결제를 전담하는 별도 망을 신설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간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는 빅테크 외부결제청산에 대한 지급결제망 운영과 관리·감독 방안을 협의하고 있으나 좀처럼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전금법 개정안에서는 전자지급거래 청산의무(제35조의 9)가 새로 도입됐다. 전자금융업자(빅테크)는 내부거래를 포함한 전자지급거래를 별도 청산기관을 거치도록 규정했다. 빅테크의 플랫폼 지배력이 빠르게 커지면서 이용자 예탁금 규모가 증가하고 있어 추후 발생할 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금융위 입장이다.
이 방안을 놓고 한국은행은 중앙은행 고유 기능인 지급결제제도 운영·관리 업무를 금융위가 광범위하게 통제할 수 있다며 금융공동망이 아닌 별도 기록시스템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빅테크의 내부거래도 별도 청산기관을 거치지 않고 거래 기록만 남기는 방식으로 청산 개념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와 정부는 빅테크 지급결제를 처리하는 별도 망을 신설하면 한국은행 고유 권한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금융위가 필요시 관련 자료를 요구하거나 개선조치를 내릴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현재 빅테크와 핀테크 기업은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오픈뱅킹공동망을 이용하고 있다. 금융결제원은 오픈뱅킹공동망을 포함해 총 13개 금융공동망을 운영한다. 빅테크 내부거래 외부결제청산을 위한 망을 신설하면 새로운 14번째 금융공동망이 생기는 셈이다. 물리적으로 망이 분리돼 있어 공동망에서 처리하는 데이터를 보려면 각 망에 대한 권한이 필요하다.
빅테크 내부거래를 별도 외부청산기관에서 처리하는 방안도 힘을 얻는 분위기다. 빅테크와 핀테크 기업들은 이용자 예탁금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이를 내부청산하는 것보다 별도 외부청산기관이 맡는 것이 처리 부담과 리스크 예방에 더 유리하다는 시각이다. 금융당국 규제는 부담스럽지만 사업 확대를 위해 감내해야 할 사안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빅테크 내부결제는 기존 은행처럼 내부청산 과정을 거치고 별도 시스템에 기록만 남기면 되므로 금결원에 새로운 금융망을 마련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22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전금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 많아 이 날 소위를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빅테크 외부결제청산 '별도망'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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