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개방형 무선접속기술(오픈랜:Open RAN) 활성화 정책 수립 절차를 시작했다. 5세대(5G) 이동통신망을 특정 장비 제조사에 의존하지 않도록 개방형 소프트웨어(SW) 중심으로 재편,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SK텔레콤과 페이스북이 참여하는 텔레콤인프라프로젝트(TIP) 등 민간 기술협의체도 오픈랜 활성화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 글로벌 5G 시장 패러다임 변화를 촉발할 지 주목된다.
FCC는 제시카 로젠워슬 위원장 대행이 제안한 오픈랜 기술에 대한 '질의 통지(NOI)'를 만장일치로 채택, 공식 의견수렴 절차를 시작했다. NOI는 오픈랜과 같이 기술이 요구되는 분야 정책수립에 앞서 산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문의하는 정책 제안요청서(RFP)에 해당하는 절차다.
FCC는 오픈랜 기술에 대한 공식 토론을 시작하며 기술 상태와 이점, 과제에 대한 포괄적인 데이터를 확보, 국립과학재단·국방부와 협업해 연방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공언했다.
FCC는 국가 보안과 미국 5G 리더십 달성을 목표로 오픈랜 활성화를 추진한다는 목표다.
오픈랜은 5G 기지국을 비롯한 무선 구간 운용체계(OS)에 개방형 표준을 도입하고 기지국은 '화이트 박스' 형태로 전파 송수신 기능만 전담하는 하드웨어(HW)로 구현한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개방형 OS인 안드로이드를 채택하고 삼성전자·레노버 등 제조사가 스마트폰 HW를 공급하는 것과 유사하다.
FCC는 중국 기업의 보안 위협을 해소하고 SW 중심인 미국 기업이 5G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젠워슬 위원장 대행은 “신뢰할 수 없는 네트워크 공급업체의 시장 확산을 저지하는 동시에 미국의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도 취해야 한다”며 “현재 미국이 5G 시장에서 선택 가능한 에릭슨, 화웨이, 노키아, 삼성전자 중에서 어떤 기업도 미국 회사가 아니다”고 언급했다.
이어 “무선접속구간 폐쇄성을 해제하고 네트워크 HW를 다양화할 수 있다면 보안을 강화하는 동시에 단일한 외국 공급업체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며 “미국은 SW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FCC가 HW 중심 5G 장비 기업을 견제하는 대신 알티오스타 메브니어, 패러럴 와이어리스 등 오픈랜 SW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FCC는 오픈랜 기술이 결과적으로 네트워크 비용 합리화로 농어촌 지역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SW 분야 등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주요 이동통신사와 기술 업체도 기존 네트워크 장비업체 종속성을 탈피하려는 FCC 움직임을 지지하고 있다.
차세대 통신인프라협력체(TIP)는 개방형 SW 표준 기술 개발을 무선접속구간 뿐만 아니라 코어네트워크, 전송구간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도록 FCC가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TIP에는 SK텔레콤, 페이스북, 인텔, 노키아, 도이치텔레콤 등이 참여한다. FCC가 주도하는 오픈랜 기술이 글로벌 5G 시장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보고, 선제 대응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FCC는 2년 전부터 오픈랜 기술에 대한 검토를 진행해 왔다. 연내 오픈랜 기술 진화를 위한 종합적인 정책 방안과 규제 개선 방향 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FCC, 정책 수립 위한 의견수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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