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연내 지배구조 개편을 공식 선언했다. 기존 SK텔레콤이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하고, 통신·미디어·보안·커머스 등 자회사가 개별 투자를 유치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정체됐던 SK텔레콤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본지 1월 29일자 1·10면 참조〉
박 대표는 25일 SK텔레콤 제3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현재 시가총액으로 SK텔레콤의 100조원 가치 자회사와 사업 포트폴리오를 충분히 커버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오래 전부터 고민했고, 올해 반드시 실행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시기를 비롯 지배구조 개편을 선언한 건 처음이다. 종전까지 박 대표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최적의 시점에 지배구조 개편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날 발언은 지배구조개편 준비를 상당부분 완료한 만큼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 대표는 주가상승이 답보상태라는 한 주주의 지적에 대해 “그래서 지배구조 개편을 주가를 올리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생각해보는 것”이라며 “SK텔레콤 사업 가치가 25조원, 서브파티(자회사)가 10조원, 하이닉스가 100조원 등 140조원이 돌아가는데 주가상승으로 연결이 안되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가진 꿈과 미래에 대한 파이낸셜 스토리를 통해 자산 구조를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게 쉽게 바꿔보자는 것이 지배구조 개편”이라며 “준비를 다 했고, 주총이 아닌 다른 시점에 말씀드리겠다”며 사실상 검토를 완료했음을 시사했다.
SK텔레콤 지배구조 개편은 인적분할 또는 물적분할을 통한 '중간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SK텔레콤에서 이동통신사업(MNO) 회사를 분리해 자회사로 만들고, 투자회사가 SK하이닉스와 신설 MNO 기업, SK브로드밴드,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을 거느리는 구조다. 개별 회사가 각각의 산업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자본시장에 상장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 이를 통해 지주회사와 자회사 전반의 기업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를 노린다.
2022년 시행 예정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의무보유 율이 30%, 손자회사 의무보유 비중을 50%로 각각 상향했다.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지분율은 20.1%로, 올해 안에 중간 지주회사 전환을 완료해야 수조원대에 이르는 지분 추가 매입 없이 지배구조 개편이 가능하다.
박 대표의 지배구조 개편 선언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규제기관에도 빠른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하겠다며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SK텔레콤은 중간지주회사 전환에 앞서 계열사 기업공개(IPO)도 차질없이 추진할 방침이다.
박 대표는 “원스토어는 준비가 거의 완료됐고 ADT캡스와 콘텐츠웨이브가 원스토어 다음으로 IPO를 추진하며 4~5월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SK텔레콤 지배구조 개편 계획과 '인공지능(AI) 컴퍼니로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SK텔레콤은 AI를 중심으로 핵심사업 MNO를 비롯해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 전체 정보통신기술(ICT) 패밀리 상품·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대표는 “SK텔레콤은 이미 전문성과 다양성을 겸비한 독립된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를 구축했다”며 “이해관계자의 보다 많은 인정과 지지를 얻기 위해 글로벌 수준 거버넌스로 한 단계 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
공식석상서 시기 등 첫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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