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첫 발을 뗀 K-RE100 제도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국내는 제조 기업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RE100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은 여전히 주요국에 비해 높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삼성전자 같은 대형 제조기업 참여 여부에 촉각을 기울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산업부문 에너지 사용 중 전력 비중은 48.5%다. 영국(37.1%), 일본(36.0%), 독일(34.2%), 미국(24.0%)과 비교해 가장 높았다. 또 국내총생산(GDP) 중 제조업 비중도 우리나라가 29.2%로 독일(22.7%), 일본(20.4%), 미국(11.3%), 영국(9.9%)보다 크다. 우리나라 미국·영국은 물론 제조 강국인 독일·일본과 비교해서도 제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제조업은 전력을 다량 소비하고 전력단가가 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산업군보다 크다. RE100을 선언한 기업 중 제조업체는 과감하게 이행률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 한전경영연구원이 블룸버그ENF 자료를 재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주요 기업 RE100 이행률은 정보기술(IT) 기업(서비스) 이행률은 68.8%, 금융 기업(서비스) 53.8%, 소매·유통 기업(서비스) 31.0%다. 이에 반해 제조업 중 재료·소비재 기업 42.0%, 기계·조립 기업은 9.2%에 불과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국내 기업도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기업 RE100 참여 여부가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이 크다. 에너지업계에서는 특히 삼성전자가 RE100에 참여하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가 주력으로 삼는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산업으로 금융이나 정보기술(IT) 분야와 비교해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기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전자도 재생에너지원이 저렴한 미국 캘리포니아 등에서는 사실상 RE100에 준하는 수준으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있고, TSMC와 SK하이닉스 또한 RE100을 선언한 점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에너지전환 지원 정책에 속도를 내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를 낮춰야 하는 것이 과제로 제기된다. 한전 경영연구원이 BNEF 보고서를 바탕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 신재생 발전 균등화발전비용(LCOE)은 ㎿h당 태양광 106달러, 육상풍력 105달러다. 같은 기준 세계 평균이 태양광(고정식 기준) 50달러, 육상풍력 44달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LCOE가 두 배 이상으로 높다. LCOE는 전력을 생산하는 준비 단계부터 생산 이후 단계까지 모든 비용을 감안해 책정한 단위 전력량당 발전비용을 뜻한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생산 비용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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