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통해 '개방형 무선접속기술(오픈랜)' 글로벌 협력 의제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은 초청국인 우리나라에도 오픈랜을 G7 정상회의 의제에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G7 정상회의가 글로벌 오픈랜 확산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네트워크 장비업계와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6월 11일 개최 예정인 G7 정상회의에서 오픈랜을 의제로 다룰 것이라는 방침을 참가국에 사전 전달했다.
영국은 G7 참가국과 다자 간 협의를 통해 오픈랜 관련 구체적 논의 방향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 과제 등을 확정하지 않은 채 오픈랜에 대한 참가국의 자유로운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오픈랜이 G7 의제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전 검토를 진행 중이다.
오픈랜은 5세대(5G) 이동통신 등 무선 기지국 연결에 필요한 인터페이스와 기지국 운용체계(OS)를 개방형 표준으로 구축하는 기술이다. 네트워크 장비 하드웨어(HW) 기업 종속성을 탈피하고 진화된 기술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데 유리하다.
영국은 오픈랜을 5G 시장의 새로운 글로벌 표준으로 추진하며 미국과 캐나다, 일본 등 G7 협력이 필수라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영국은 G7 정상회의와 연계한 디지털·테크 분야 관계장관 회의에서 오픈랜 글로벌 협력 선언 등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의지대로 G7에서 오픈랜 관련 합의가 이뤄질 경우에 글로벌 오픈랜 확산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오픈랜 기술은 초기 표준화 단계로 일본 라쿠텐과 스페인 텔리포니카, 네덜란드 보다폰지고 등이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오픈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별·이통사별 개별 행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은 G7 정상회의를 통해 오픈랜을 글로벌 의제화하고 장기적으로 글로벌 디지털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히로키 세키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 방문연구원은 “영국이 주요 선진국이 오픈랜이라는 대안적 5G 기술 발전을 위한 공동행동에 참여하도록 동의를 이끌어낸다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5G 네트워크 물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G7 참가국 사이에서도 다양한 시각에 따라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과 미국은 안보와 신산업 육성 관점에서 오픈랜 영향력 확대를 추진한다. 오픈랜을 도입하면 5G 네트워크 HW와 소프트웨어(SW)를 분리함으로써 보안 위협으로 지목한 중국 네트워크 제조사 장비에 의존하지 않고 5G 망 구축이 가능해진다.
산업 측면에서 미국과 영국은 글로벌 네트워크 HW 기업을 보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SW 분야 경쟁력을 바탕으로 5G 시장 주도권 역전을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권헌영 고려대 교수는 “SW와 표준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영국이 오픈랜을 활용해 글로벌 네트워크 시장에서 돌파구를 확보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국내외 오픈랜 동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표시했다.
2021년 G7 정상회의에는 영국을 포함해 미국, 캐나다, 일본, 프랑스, 독일이 회원국으로, 한국, 인도, 호주가 초청국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글로벌 오픈랜 현황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