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단 대책 필요한 '팹리스'

[사설]특단 대책 필요한 '팹리스'

'팹리스' 업체가 슈퍼 사이클로 불리는 반도체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0년 '팹리스 톱10' 매출액이 859억7400만달러였다고 밝혔다. 전년에 비해 26.4% 올랐다. 코로나19 상황이 무색했다. 업체별로 보면 퀄컴이 1위였다. 194억700만달러로 지난해와 비교해 33.7% 성장했다. 2019년에 브로드컴에 선두자리를 내줬지만 2020년에 되찾았다. 브로드컴은 2위로 주저앉았다. 3위와 5위인 엔비디아와 AMD매출도 전년대비 52.2%, 45.0%나 수직 상승했다. 올해도 전망이 밝다. 트렌드포스 측은 “파운드리 부족으로 칩 가격이 올라갈 전망”이라며 “팹리스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업체와 달리 국내 업체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에 실패하고 수익률도 갈수록 떨어지는 실정이다. 그나마 실적이 가장 좋은 실리콘웍스가 지난해에 매출 13억7600만달러(1조1618억원)을 올렸지만 10위 안에는 들지 못했다. 나머지 업체는 볼 것도 없다. 국내 팹리스 상장사 20곳 실적을 보면 실리콘웍스를 포함해 에이디테크놀로지, 제주반도체, 텔레칩스 등 6곳 정도가 1000억원을 넘겼다. 전체 매출을 합산해도 대략 3조원대로 세계 10위권 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이익률도 2~3%대로 매출과 수익 모두 바닥 수준이다. 심지어 적자기업도 수두룩했다.

팹리스는 시스템반도체 대표 주자다. 수십 년 전부터 “육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결과는 참담하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60%는 팹리스가 차지한다. 세계 시장에서 국내 업체 점유율은 삼성 시스템LSI 사업부(2.4%)를 포함해야 고작 3.2%다. 그나마 삼성을 빼면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을 제외하고 대만, 중국과 비교해도 보잘 것 없는 실적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메모리만 강한 '반도체 반쪽강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가 앞장서고 기업이 같이 뛰면서 세계 시장을 바꿀 필요가 있다. 지금 타이밍을 놓치면 영원히 팹리스 분야에서 변방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 지금 시작해도 너무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