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팹리스 업체가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에 도움이 될 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파운드리 인프라와 수요 기업인 국내 자동차 업체의 지원도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텔레칩스는 최근 새로운 차량용 MCU를 출시했다. 32비트 MCU이다. 코어는 영국 ARM사 설계자산(IP) 코어텍스-R5 기반으로 설계됐다. 삼성전자 28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해 만들었다. 텔레칩스 MCU 출시는 이례적이다. 회사는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가 주력이었다. AP는 중앙처리장치(CPU), 메모리 등 여러 블록을 1개 칩으로 통합한 것이다. AP에서 MCU 기능만 떼어내 단품으로 만든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텔레칩스 관계자는 27일 “자동차용 MCU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제품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텔레칩스뿐만 아니라 지난해 LG그룹 계열사에서 LX그룹으로 편입된 실리콘웍스도 MCU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사장 직속부서로 만든 'MCU 사업실'에서는 차량용 MCU 제품군 확장을 고민하고 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가 주도하는 '차량용 무선 배터리매니징 시스템'(wBMS) 칩, 차량 디스플레이 MCU 등 여러 아이템을 놓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용 MCU가 주력인 어보브반도체도 차량용 MCU 사업에 뛰어들었다. 어보브반도체는 차량 라이다 MCU 'A31Q213' 개발을 끝냈다. 지난해 삼성전자 DS부문 출신 손재철 부사장을 개발본부장으로 영입, 스마트 MCU 기술 기반의 차량용 칩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차량용 MCU 시장의 전망은 밝다. 내연기관 자동차 한 대에 200~300개 MCU가 활용됐다면 자율주행·전기차 시대에는 최대 2000개의 MCU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전히 외국업체가 강세를 띠고 있다. 네덜란드 NXP, 일본 르네사스,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독일 인피니언,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의 점유율이 10% 안팎이다.
차량용 MCU는 전례 없는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토종 팹리스 업체의 개발 움직임은 긍정 평가를 받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 해결은 물론 열악한 국내 시스템 반도체 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프라다. 이들이 고성능 MCU와 차량용 칩을 설계했더라도 칩을 만들거나 자동차에 적용할 수 없다면 기회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이서규 한국시스템반도체포럼 회장은 “14나노 이하 파운드리 공정은 잘 갖춰져 있지만 28·40·55나노 공정 경쟁력은 TSMC는 물론 중국 SMIC와 비교해도 약하다”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사 간 끈끈한 협력도 요구된다.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국내 주요 자동차 관련사도 반도체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