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9대.'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내수 승용차 누적 판매 격차다. 올해 들어 현대차가 2월과 3월, 기아가 1월과 4월 각각 월간 판매 1위에 올랐으나, 전체 누적 판매 1위 자리는 계속 기아가 차지하고 있다. 내수 1위 자리를 두고 같은 현대차그룹 브랜드지만 영업과 마케팅 조직이 완전히 분리된 경쟁 관계인 현대차와 기아 간 치열한 자존심 싸움이 예상된다.
9일 전자신문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신차 등록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아는 올해 1~4월 16만685대를 판매하며 제네시스(4만8561대)를 제외한 현대차(15만9426대)를 불과 1259대 차이로 앞질렀다.
그동안 기아는 월간 판매량 면에서 한 두 달씩 현대차를 추월한 적이 있으나, 올해는 기아가 누적 판매량 면에서도 4개월 연속 앞선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연간 누적 판매량은 현대차 52만4517대, 기아 49만679대로 판매 격차는 3만3838대였다.
올해 들어 기아가 현대차를 앞선 가장 큰 원인은 기아 신차가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지난해 출시한 카니발과 쏘렌토, K5 신차효과가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카니발은 올해 1~4월 누적 판매 3만3213대로 지난해 압도적 내수 1위였던 현대차 그랜저(3만6081대)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기아 주력 차종인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와 중형 세단 K5 역시 현대차 경쟁 모델을 제치고 동급 1위 모델로 올라섰다. 올해 1~4월 쏘렌토는 2만7864대를 판매해 현대차 싼타페(1만6240대)를 1만대 이상 제쳤고, K5는 2만5493대로 현대차 쏘나타(2만1160대)를 추월했다. 기아만 판매하는 경차도 실적 향상 요인이다. 레이(1만1932대)와 모닝(1만2283대)은 꾸준한 판매량으로 기아 판매 실적에 힘을 보탰다.
특히 기아 준대형 세단 K8 판매가 이달부터 출고를 본격화한다는 점은 현대차에 큰 부담이다. 그랜저로 우위를 점했던 내수 시장 점유율을 대대적으로 상품성을 개선한 K8에 내줄 수 있어서다. K8은 지난달 첫 생산 물량인 2983대를 판매했고 이달부터 본격 출고에 나선다. K8은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8000대 이상 계약되며 기아 세단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올해 실적 전망도 기아가 우세하다. 현대차보다 굵직한 신차 출시를 많이 앞두고 있어서다. 기아는 올해 1분기 K7 후속 모델인 K8과 K3 부분변경 모델 등을 투입한 데 이어 연내 스포티지 완전변경 모델, K9 부분변경 모델 등 출시를 앞뒀다.
전기차 시장 경쟁도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E-GMP 기반 전용 전기차 현대차 아이오닉 5가 흥행에 성공했으나 반도체 부족 등 여파 출고가 늦어지면서 출시를 앞둔 기아 EV6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는 공동 연구개발(R&D) 체계를 갖추며 신차 성능이나 품질 등이 상향 평준화돼 제품 디자인이나 마케팅 전략 등이 순위를 가르는 요소가 되고 있다”면서 “판매 격차가 크지 않아 내수 1위를 위한 현대차와 기아 간 판촉 경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