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 한전과의 소송 5년 만에 종지부 찍었다

ERP 불법사용 저작권 소송 최근 취하
국내고객 이슈 최소화 따른 결정 풀이
한전, 하반기 3000억 규모 사업 추진
차세대 제품 S/4HANA 확대 나설 듯

전자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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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소프트웨어(SW) 기업 SAP가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SW 불법 사용 소송을 5년 만에 취하했다. 올 하반기로 예정된 한전 차세대 전사자원관리(ERP) 사업 참여를 모색하는 동시에 국내 고객 이슈를 최소화해서 안정적인 사업 확대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AP는 지난 2016년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에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SW 저작권 중재 소송을 최근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SAP는 한전이 제대로 비용을 치르지 않고 ERP 제품을 사용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SAP는 한전이 480억원에 이르는 ERP를 불법 사용한다고 주장하며 정확한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 감사(실제 솔루션 사용 내역)를 요구했다. 한전은 SAP 계약을 근거로 정품만 사용하며, 감사를 실시할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SAP가 주요 공공 분야 고객을 대상으로 제기한 첫 국제 소송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법원은 소송 제기 2년 만인 2018년에 판결했다. 법원은 SAP와 한전 ERP 계약 당사자를 한전이 아니라 한전 정보기술(IT) 계열사인 한전KDN으로 판시하고 한전KDN에 한전 ERP 사용 자료를 SAP에 전달하라고 주문했다.

양사는 이후 2년 동안 법원 판결에 따른 절차 등을 논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려오다가 SAP가 소송을 취하하면서 5년을 이어 온 양사 분쟁이 마침표를 찍게 됐다.

업계는 SAP가 국내 사업에서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이번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했다.

한전은 올 하반기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ERP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ERP 솔루션 규모만 5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기존 SAP 솔루션을 유지할지 다른 회사 제품을 도입할지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SAP로서는 국내 최대의 ERP 프로젝트 입찰 경쟁을 앞두고 주요 변수를 해결한 셈이다.

SAP코리아는 2016년 연매출 3383억원에서 지난해 4183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SAP는 오는 2025년 많은 기업이 사용하고 있는 ERP 6.0 버전 등 지원을 종료하면서 S/4HANA 도입을 유도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은 S/4HANA 도입을 결정했다. 고객사는 다른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으로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AP가 차세대 제품으로 주목하는 S/4HANA 도입이 최근 국내에서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전과의 소송은 영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었다”면서 “한전의 차세대 ERP 사업 참여 건뿐만 아니라 국내 사업 확장 측면에서 소송 취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