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가정내 '라스트 마일'까지 초연결 인프라 확산 논의 공론화

UTP 케이블, 데이터 전송 대역폭 한정
빛 운반 원리 광케이블, 전송 무제한
건설 비용 증가 등 일각 신중론 제기
전파연구원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이슈분석]가정내 '라스트 마일'까지 초연결 인프라 확산 논의 공론화

통신사의 신축 아파트 대상 구내통신선 광케이블 구축 활성화 기술기준 개정 건의는 기가인터넷·10기가인터넷 이후 미래 초연결 인프라 진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통신망을 10기가인터넷 고속도로로 구축해도, 라스트마일에 해당하는 건물 내 통신선이 1Gbps급으로 제한되면 미래 초연결 인프라 확산이 더딜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전파연구원도 이 같은 통신사 문제의식을 수용해 '구내 통신선로설비' 기술기준 연구반을 구성, 논의를 시작했다.

기술기준 개정은 건설비용 증가 등 경제적 영향은 물론이고 통신정책 전반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론도 제기된다. 정보통신기술(ICT) 진화와 국민 편의,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합리적 대안을 찾는 게 제도개선 전제조건으로 평가된다.

◇라스트마일까지 광케이블 필요

통신사는 인터넷 진화 속도를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기술기준을 선제적으로 개정해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99년 ADSL 방식 초고속인터넷이 상용화됐을 때 최고 속도는 8Mbps였지만, 2014년에는 속도가 120배가 넘는 기가인터넷이 상용화됐다. 현재 기술진화 속도라면 25Gbps·50Gbps 급 가정용 인터넷 등장이 머지않았으므로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구체적으로 통신사는 500세대 이상 신축아파트 등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에 대해 통신선을 10Gbps 이상 최고속도(500㎒ 이상 전송대역폭)가 가능한 광케이블 또는 최상위급(카테고리6a) UTP 케이블로 구축하도록 상향하도록 의무화하거나 인센티브 정책을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다. 현재 기술기준상 의무조건인 1Gbps 급(100㎒폭·카테고리5e) 이상 통신선 구축 의무에 비해 10배 이상 확장된 규모다.

현재 건축물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UTP 케이블은 사무실과 가정에서 흔히 사용되는 전화선 또는 랜선 재질이다. 2개 구리선을 꼬아만든 여러 쌍의 케이블 외부를 플라스틱으로 감싼 형태다. 소량의 전력 전송이 가능하지만 통신선 종류에 따라 데이터를 전송하는 대역폭이 한정된다는 점은 단점이다.

광케이블은 얇은 유리섬유로 빛을 운반하는 원리로 무제한에 가까운 대역폭을 지닌다. 광케이블은 통신사 유선인터넷망 데이터전송장비가 현재 10Gbps급에서 25Gbps, 50Gbps 급으로 진화해도 가정 내에서 모든 속도를 수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통신사는 미래 서비스 진화 가능성을 고려해 최신 UTP 케이블보다 광케이블을 활성화하도록 기술기준 개정을 건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초연결 인프라 확산 기반조성 효과

통신사는 통신망 모세혈관에 해당하는 건물 내 구내통신망 구간까지 광케이블을 확산하는 게 초연결 인프라 확산에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500Mbps·1Gbps 속도 상품으로 구성된 기가인터넷 서비스는 정부의 선제적인 기술기준 개정이 서비스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옛 방송통신위원회 국립전파연구원은 2012년 구내통신선로 기술기준을 기존 16㎒ 대역폭 지원(10Mbps 최대속도) UTP 또는 광케이블에서 100㎒ 대역폭(1Gbps) 지원 UTP(카테고리5e) 또는 광케이블로 상향했다. 이후 대부분 신축건물이 기술기준을 준수했고, 2014년 기가인터넷 상용화 이후 5년만인 2019년 가입자 1000만명(전체 인터넷가입자 48%)을 돌파하는 원동력이 됐다.

10기가인터넷은 2.5Gbps·5Gbps·10Gbps 속도 상품으로 구성되며 2018년 상용화돼 2020년 통신사 책임구간 기준 커버리지 17%를 달성했다. 가입자는 1만여명 수준이지만 고화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메타버스 등 초고화질 콘텐츠, 가상화폐·증권 실시간 거래 등 확산에 따라 꾸준한 확산이 예상되고 이후에는 더 높은 속도의 서비스 등장이 기대된다. 2012년 기술기준 개정 이후 9년이 지난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해 10기가인터넷 등 초연결 서비스 전국 확산 기반을 조성하겠는 것은 정부 차원에서 검토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통신사는 신축건물 광케이블 구축이 첨단 인프라를 활용한 건설사 브랜드 이미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는 초고속정보통신건물 인증제도를 운영한다. 세대당 구내통신선을 광케이블 4코어 이상으로 구축할 경우 '특등급' 인증을 받을 수 있으며 UTP 2회선 또는 광 2코어로 구축할 경우 1등급이 주어지며 통신분야 준공 검사 간소화 등 혜택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약 2200개 아파트가 특등급 인증을 받았고 5400개 아파트가 1등급 인증을 받았다. 다만 현행 제도상 세대당 UTP 1회선만 구축해도 2등급을 부여하는 것은 제도 개선 과제로 손꼽힌다.

통신사는 초고속정보통신건물 인증 제도를 내실화·현실화해 인센티브를 높이는 방안도 광케이블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과제는

과기정통부 국립전파연구원은 통신사 문제의식을 수용해 구내통신선로 기술 기준 개정 논의를 시작했지만 방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표시했다.

통신사와 정보통신공사업체, 건설사, 전문가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면밀하게 수용해 기술기준 개정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광케이블 활성화를 위한 기술기준 개정과 관련 연구반에서는 비용증가 수치를 두고 건설사와 통신사 간 예측이 다소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객관적 방식으로 규제 변화에 따른 정확한 비용을 산출하는 게 선행 과제다. 아울러 10기가인터넷 상용화 확산세 등 수요 변화와 관련해서도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광케이블로 구내통신선 전면대체는 보편서비스 등 통신정책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UTP 케이블은 소량 전력 전송이 가능해 보편서비스인 유선전화에 분배·연결해 활용 가능해 비상상황 대응이 가능하지만, 광케이블은 전력전송 기능이 없어 비상시 활용이 어렵다. 다만 이 같은 우려는 집전화를 아예 설치하지 않는 세대가 증가하고 있고, 다른 통신수단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립전파연구원 관계자는 “정기적인 기술기준 개정 수요에 따라 관련 연구와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라며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객관적 데이터를 검증·연구하는데 우선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