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은 가계통신비 인하와 이동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를 목적으로 2010년 도입됐다. 초기에는 저렴함을 앞세워 가입자를 유치했지만 최근에는 자급제 스마트폰과 저렴한 요금제를 찾는 고객이 증가하며 합리적 통신 소비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알뜰폰은 데이터 제공량 확대, 데이터 셰어링 기능 도입, 멤버십 제휴처 확대 등 대형 이동통신사에 비해 약점으로 지적됐던 문제를 해결하며 진화하고 있다. 1000만 가입회선 돌파가 임박했다.
◇이동통신 시장 13% 차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알뜰폰은 4월 945만 가입회선을 달성했다. 전체 이동통신회선의 약 13.3% 수준이다. 사물인터넷(IoT) 가입회선 340만개를 제외하면 휴대폰 가입자는 전체 이동통신회선의 약 8.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뜰폰이 이동통신시장 한 축으로 자리잡은 데에는 사업자 혁신 노력과 더불어 정부 활성화 정책이 원동력이 됐다.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 정책을 넘어 요금과 단말, 유통망 등 생태계 전반의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알뜰폰은 2010년 출시 이후 이통 3사보다 약 30%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하며 가입자를 확대했지만 이동통신사(MNO)와 대등한 경쟁을 펼치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이통사 요금제에 종속되며 발생하는 차별화 서비스 미비, 유통망 부족, 단말 부족 등이 대표적인 약점으로 지적됐다. 이통사 요금이 인하될 때마다 일시적으로 가입자 감소를 경험해야 했다.
알뜰폰은 이 같은 약점을 순차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지난해 도매대가 협상에서 과기정통부는 5세대(5G) 이동통신 도매제공을 의무화하고 데이터요금 도매대가를 인하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이용자 증가세를 반영해 데이터 요율을 전년 대비 20% 이상 인하했다. 올해에는 알뜰폰 5G 이동통신 요금제 확대에 주력했다. 이통 3사가 보유하지 않은 1.5GB, 3.5GB, 7.5GB, 30GB 중소량 5G 요금제를 이통사가 알뜰폰에 제공·신설하도록 유도해 알뜰폰 독자성장 기반을 조성했다.
과기정통부는 알뜰폰이 이통사 못지않은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도록 카드사와 제휴한 요금 할인정책을 유도하는 한편, 알뜰폰 확산 최대 걸림돌로 지적되는 단말기 공급 기반도 확대했다.
단말 제조사와 알뜰폰 단말기 공동 조달 체계를 마련하고 알뜰폰 특화 단말기 출시를 지원했다. 이를 통해 알뜰폰도 최신 단말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중고나라에서 중고 휴대폰과 알뜰폰 요금제를 연계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온라인 유통 활성화를 위해 알뜰폰 단말과 요금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알뜰폰허브' 사이트를 개편하는 한편 오프라인 유통 판로 확대 지원을 위해 서대문에 '알뜰폰 스퀘어'를 열었다. 알뜰폰 전파사용료 감면을 연장, 알뜰폰 사업자 원가 부담을 낮춰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할 발판을 마련했다.
이 같은 정책에 힘입어 알뜰폰은 이통사에 대한 서비스 열위를 극복하고 중저가 요금제 중심으로 독자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알뜰폰, 총매출 1조원 돌파 눈앞
알뜰폰 사업자는 이동통신 자회사, 중소기업, 대기업 관계사로 구분된다. 이통사 자회사 계열은 SK텔레콤 자회사인 SK텔링크, KT 자회사인 KT엠모바일과 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 자회사인 LG헬로비전과 미디어로그다.
중소사업자는 세종텔레콤, 큰사람, 아이즈비전, 인스코비를 비롯 44개 사업자가 있다. 대기업 계열사에는 KB국민은행 계열사인 리브엠, 카카오 계열사인 스테이지파이브 등이 포함된다.
2021년 2월 기준 사물인터넷(IoT)를 제외한 순수 휴대폰 회선 가입자 606만명 중 이동통신 자회사 점유율은 44.5%다. 중소 알뜰폰 업체는 53.5%, 나머지 대기업 관계사인 리브엠과 스테이지파이브가 2%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는 이통사 통신망을 빌려(도매) 무선 서비스를 제공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알뜰폰 제공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과 도매대가 인하를 협상을 진행한다.
도매대가는 크게 수익배분(RS)와 종량제(RM) 등 두 가지 산정방식으로 나뉜다. RS 방식은 이통사가 제공하는 요금제와 동일한 구성의 요금제를 판매할 때 정해진 요율에 망 이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1만원짜리 요금제 도매대가율이 50%라면 5000원은 이통사에 지불하는 방식으로 주로 5세대(5G) 이동통신, 롱텀에벌루션(LTE) 등 중고가 상품에 적용되고 이통사 요금제 구성을 그대로 따른다.
알뜰폰 업체가 독자적으로 요금을 구성해 판매할 수도 있는데, 이때는 음성·문자·데이터 요금이 각각 정해져 있어 RM 방식으로 이용료를 지불한다. 주로 저가 상품 구성 시 사용되며, 알뜰폰이 비교적 자유롭게 자체 상품을 구성해 판매 가능하다.
알뜰폰 시장 매출은 2015년 6731억원, 2016년 8381억원, 2017년 9217억원, 2018년 9720억원, 2019년 9287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최근 감소했다. 알뜰폰 사업자는 통신 이외에도 다양한 신사업에 도전하면서 총 매출 1조원 돌파를 노리고 있다.
◇알뜰폰 주요 사업자
△세종텔레콤=중견 기간통신사업자 세종텔레콤은 2012년부터 알뜰폰 사업을 시작했다. KT와 LG유플러스 망을 이용하고 있으며 '스노우맨' 온라인 직영몰과 전국 오프라인 대리점에서 가입을 받고 있다.
판매량 상위 3개 요금제로는 △스노우맨 친구5GB △스노우맨 친구슬림 △LTE데이터선택10G를 제공한다. 스노우맨 5GB는 5060세대, 친구글림은 3040세대 업무용 세컨드폰 활용, LTE데이터선택10G는 20대가 높은 가입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
세종텔레콤은 처음으로 풀-MVNO 사업 타당성을 검토할 정도로 서비스 혁신에 적극적이다. 풀-MVNO는 기지국을 제외한 코어시스템 등 각종 IT 시스템을 구축해 자유로운 요금 설계와 가입자 관리가 가능하다.
세종텔레콤은 MNO 사업자와 풀-MVNO 도입을 위한 무선망 사용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며 글로벌 제조사와 코어와 부가서비스 시스템 도입도 논의 중이다.
세종텔레콤은 통신을 기반으로 블록체인, 중고 디바이스·가전 유통 사업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서비스형 블록체인 플랫폼 '블루브릭'을 비롯해 자회사 세종큐비즈를 통해서는 중고 휴대폰, 태블릿, 노트북, TV, 냉장고 등 각종 디바이스와 가전제품을 매입하고 정비해 수출하는 재활용 사업도 진행 중이다.
△큰사람=큰사람은 1987년 '이야기' PC통신 접속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통신 사업을 시작했다. 2011년 별정통신 4호 사업 자격을 취득해 이듬해 알뜰폰 '이야기 모바일' 서비스를 개시했다. 장기간 제공해온 통신서비스 경험과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가입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현재 알뜰폰 가입자수는 39만명이다.
이통 3사 망을 모두 이용해 고객에 알뜰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기 요금제로는 △이야기 데이터 11GB △이야기 U 데이터 15G+ △내맘대로 (100+3GB)가 꼽힌다. 각각 MZ 세대 가입률 1위·2위이며 기준 가성비 최고 요금제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큰사람은 알뜰폰 사업 이외에도 사물인터넷(IoT)과 AI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통신을 기반으로 종합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넓혀가는 중이다.
큰사람은 '그레이프(Grape)-910'으로 불리는 차량 영상 관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동 차량 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으며 차량 위치, 속도 등의 정보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과제를 통해 음성인식 AI를 개발, 이를 발전시켜 AI 콜센터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과제를 통해서는 PTT(Push to Talk) LTE 무전기를 개발했다.
△아이즈비전=아이즈비전은 SK텔레콤 1호 알뜰폰 사업자로, 현재 이통 3사 망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 2011년부터 선불 서비스를 제공하며 알뜰폰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후불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 알뜰폰 사업 철수로 발생한 가입자를 양수한 바 있다.
지난해부터 MZ세대를 겨냥하기 위한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온라인 가입자 확대에 주력하기 위해 온라인만 담당하는 내부 조직을 신설했다. 증가하는 1인 가구와 MZ세대 수요를 반영, 추후 렌탈 결합 요금제도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저가·고객 차별화 요금제도 개발하고 있다. 로또 번호 추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로또리치 요금제'를 론칭했다. 인기있는 요금제로는 △아이즈 11GB+ △아이즈 15GB+ △세이브머니(100분/3GB)가 손꼽히며 모두 1만원대 저렴한 요금제이자 MZ세대 가입률이 높다는 게 특징이다.
아이즈비전은 통신 경쟁력을 기반으로 무전 영역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8월 모토로라솔루션과 LTE 무전기 'TLK100'을 공동 출시했다. 휴대폰과 통신이 가능하고 지역 설정을 통해 특정 지역에서만 호환되게 하는 등 다양한 기업 수요를 반영했다.
△인스코비=인스코비 알뜰폰 브랜드인 프리텔레콤은 2009년 국내 최초 이동통신 3사 망을 제공했고 현재 55만명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다양한 사용층을 겨냥, 맞춤형 알뜰 요금제를 지속적으로 개발 중이다.
인기 요금제로 △LG유플러스 유심프리티데이터중심 11 △KT 프리티든든한 10G △LG유플러스 데이터안심15G다. 각각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고객, 음성·문자·데이터를 고르게 많이 사용하는 고객, 음성·문자 사용량은 적으나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고객에게 인기가 높다.
인스코비는 알뜰폰 이외에도 스마트그리드, 바이오, 뷰티 등 폭넓은 사업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인스코비는 2016년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진출했다. 한전이 발주한 지능형전력계량시스템(AMI) 사업 3건을 수주해 가시적 성과를 냈다. 2018년 자회사인 아이엔에스와 합병하며 PLC칩과 인스코비 소프트웨어를 결합, 스마트그리드 응용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