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종합 반도체 강국 도약'을 위해 강력한 인재 양성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석·박사급 인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원·대학 정원 문제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반도체 관련 학과 신설과 부전공 확대를 포함해 학과 간 정원 조정을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 등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 핵심 전략 산업으로 떠올랐음에도 반도체 업계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 현상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종합 반도체 강국 비전도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23일 서울대에서 열린 '제1회 시스템반도체 상생포럼'에서 주강진 케이썬(KCERN) 수석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에서 필요한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 정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대학과 협의해 반도체 관련 석·박사 정원을 늘리는 실질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 인력 수급 현황을 파악해 대학 정원 조정에 반영하지 않으면 정부가 외치는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은 공허한 외침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와 산업계는 오는 2030년까지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그러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비전을 현실화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학의 석사 이상 반도체 전문인력 배출은 산업계가 요구하는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0 반도체 산업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간 부족한 반도체 석·박사 인력은 200여명 수준이다. 반면 국내 대학에서 반도체 관련 전공자의 석·박사 졸업자 수는 지속 감소세에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7년 전국 대학에서 배출한 반도체 전공 석·박사 졸업자 수는 143명이다. 2018년에는 135명으로 줄고, 2019년에는 92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115명으로 소폭 늘었지만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본격화하던 2017년 대비 20% 감소한 것이다.
학계에서도 반도체 전문인력 부족 현상을 해결하려면 '대학원 정원 제한'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도권 대학원은 총원 증가가 사실상 불가능, 학과별 자체 조정 방식으로 정원을 늘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를 위해 교수와 교원 확보가 선결돼야 하지만 반도체를 전공과목으로 가르칠 교수조차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학계 설명이다.
한 서울대 공대 교수는 “반도체를 가르칠 교수를 확보하려면 대학 인력 구조나 평가 시스템 등 다각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런 문제를 순차적으로 풀어 나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석·박사급 전문인력 없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확보는 요원하다는 것이 산·학·연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날 포럼에서 '국내 반도체 인력 양성 현황 및 시사점'을 발표한 윤예지 KCERN 책임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에서의 미충원 인력 발생 사유로 현장에 바로 투입이 가능한 숙련 및 경력 인력의 부재를 꼽는다”면서 “전공 분야를 깊이 있게 연구해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고급 인재 양성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시스템 반도체 업체 대표는 “반도체 업계에서는 능력 있는 석·박사급 인재가 있으면 자체적으로 교육 환경이 조성돼 학사급 인력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서 “시스템반도체를 포함해 종합 반도체 강국이 되려면 이 분야의 석·박사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