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기차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 분기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했다. 지난 2분기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11만823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3만3312대보다 254.9% 성장했다. 지난 1분기 성장률 44.82%와 비교해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국내 누적 전기차 등록대수 17만3147대의 68%에 이르는 차량을 3개월 만에 판매한 셈이다.
자동차 시장이 코로나19 기저효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유독 두드러진다. 실제 미국 자동차 시장 판매 대수 성장률은 같은 기간 49.5%에 불과했다.
미국의 전기차 시장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분석기관 콕스 오토모티브의 조사에서 소비자 가운데 30%가 다음 차량 구매 시 전기차를 적극 고려하거나 가능성이 매우 짙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미국 전기차 시장이 올해 110만대에서 2023년 250만대, 2025년 420만대로 성장하는 등 연평균 40%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차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와 65만대에 이르는 관용차를 자국 내에서 생산한 전기차로 전환하는 정책 등을 반영한 분석이다.
현재 미국 전기차 시장 1위는 테슬라로, 64%의 압도적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과거보다 하락했지만 두터운 팬덤은 여전하다. 여기에 포드 '머스탱 마하-E', 폭스바겐 'ID.4' 등 새로운 전기차가 시장에 공급되면서 시장 규모를 키웠다.
세계 자동차 판매량 5위인 현대차그룹도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현대차는 3분기 중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첫 전기차 '아이오닉5', 기아는 내년 1분기 'EV6'를 미국 시장에 출시한다. 또 내년부터 두 차종을 포함한 전기차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다.
그러나 반도체 수급 불균형 등의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반도체 공급 안정화를 위해 내년까지 물량을 연간으로 발주했지만 하반기까지는 문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좀 더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전력 칩,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 등 범용 반도체는 대체재를 찾아 공급처를 다변화해야 한다. 또 엔비디아를 비롯한 고성능 반도체 업체와의 수급 안정화 논의도 경영진이 직접 나서야 지금의 미국 시장 성장세를 이어 갈 수 있다.
올 상반기에 현대차그룹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성과가 전기차로 이어지길 바란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
박진형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