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점포가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비대면 소비 증가와 인건비 부담,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소매업 전반에 무인화가 빠르게 확산됐다. 그 중에서도 심야 운영 매장이 많은 편의점에 무인화 바람이 거세다. 소비 최접점에 있는 편의점을 미래형 매장 구현을 위한 신기술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반영됐다. 무인점포 확산에 따라 키오스크와 인공지능(AI) 비전, 보안 솔루션 등 관련 기술 수요도 함께 증가, 무인매장 산업 생태계가 급속도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으로도 소매점 무인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2019년 6748만달러(약 770억원)였던 전 세계 무인 편의점 시장은 2027년 16억4032만달러(약 1조874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연평균 성장률이 51.9%에 달한다. 국내서도 대기업 편의점을 중심으로 무인매장 상용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주요 편의점 업체인 CU와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모두 최첨단 기술을 집약한 스마트 점포를 잇달아 선보이는 한편 무인 관련 솔루션도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커진 가맹점 인건비 절감 필요성도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주된 요인은 AI와 ICT 등 첨단기술 발전으로 무인점포 구축을 위한 기술적 토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현재 무인 편의점에 도입된 주요 기술은 머신비전과 전자태그(RFID), 사물인터넷(IoT) 등이다. 머신비전은 AI 기반 동영상·이미지 분석을 통해 고객의 구매 행동을 식별하는 기술이다. 매장 곳곳에 설치된 3D 카메라와 무게 감지센서가 고객 동선과 구매 품목을 인식한다. 카메라 영상 인식과 로드셀 인식값을 종합해 정확도를 높였다.
RFID는 반도체 칩이 내장된 태그, 라벨, 카드 등의 저장된 데이터를 무선 주파수를 이용해 비접촉으로 읽어내는 시스템이다. 제품을 무인계산대에 올려놓으면 부착된 RFID를 자동으로 인식해 결제가 진행된다. 국내서는 QR코드를 활용한 비접촉 결제 시스템도 늘고 있다.
기술이 점차 고도화되면서 원하는 상품을 집어 들고 매장을 걸어 나가면 결제가 자동으로 완료되는 무인 편의점도 등장했다. 미국 아마존고의 '저스트 워크아웃' 기술이 대표적이다. 냉동고 문 열림 감지 등 무인매장 운영 전반은 IoT 기술을 활용한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원격 관리한다.
국내 무인 편의점은 크게 완전 무인형과 하이브리드형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그 중에서도 낮에는 점원이 상주하고 심야시간에만 무인으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매장이 주를 이룬다. 하이브리드형 매장의 경우 완전 무인매장보다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상용화 속도가 빠르다. 현재 국내 주요 편의점 4사가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매장은 전국 1000여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무인 주류 자판기 도입이 허용되면서 편의점 무인화에 탄력이 붙었다. 지금까지 주류는 대면 성인인증을 거쳐야 판매가 가능했기 때문에 무인매장에서는 판매가 불가했다. 야간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류 판매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심야 시간대 무인 매장 운영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무인 주류 자판기가 상용화되면 무인 편의점 매출 향상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무인화 솔루션·보안·키오스크' 수혜 부각
무인 편의점 확산에 따라 관련 시장도 급성장할 전망이다. 점포에 무인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신세계아이앤씨와 롯데정보통신, 보안솔루션 관련 기업인 에스원과 ADT캡스, 비대면 결제에 사용되는 키오스크 제조업체 등이 직접적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아이앤씨는 AI와 클라우드, 스마트리테일 등 자사 리테일테크 기반 솔루션을 아우르는 통합 브랜드 '스파로스'를 앞세웠다. 스파로스의 셀프계산대(SCO), 스마트선반, 스마트 벤딩머신은 계열사 이마트24뿐 아니라 CU에도 공급하고 있다. 무인 매장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신세계아이앤씨는 올해 목표 매출액을 작년 대비 각각 10%, 20% 늘어난 5300억원, 362억원으로 높여 잡았다.
롯데정보통신도 세븐일레븐과 협업해 리테일테크 테스트 매장 'DT 랩 스토어'를 오픈했다. 해당 점포에서 각종 무인 솔루션을 시험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한다. 카메라 기반 비전 기술로 구현한 자동결제 시스템 등 자체 기술력을 갖춘 만큼 가맹점을 중심으로 무인 솔루션 공급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보안 솔루션 업체도 무인점포 확산에 따른 수혜 업종으로 부각된다. 안전한 매장 운영을 위한 보안용 CCTV와 출입 인증 시스템, 출동 경비 서비스와 원격 모니터링 등의 수요는 장기적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ADT캡스는 GS25와 업무 협약을 맺고 보안 솔루션을 개발 중이며, 세븐일레븐에도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DT캡스의 무인경비 시스템을 세븐일레븐 ETS와 연동해 화재나 유리창 파손 등 비상 상황 발생시 즉시 대응할 수 있다. 에스원은 CU 하이브리드 매장에 보안 시스템을 제공하고 이상 징후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유비씨엔은 야간 무인운영 GS25 점포의 출입 보안을 관리한다.
무인매장 확산과 맞물려 결제용 키오스크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키오스크 시장 규모는 2006년 600억원대에서 지난해 3000억원을 넘어섰다. 케이씨티와 씨아이테크, 한국전자금융 등 키오스크 기기를 제조·판매하는 중소기업들이 수혜를 누리며 외형이 빠르게 커졌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도 키오스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국내 편의점 4사 무인점포 현황은
△CU
BGF리테일이 올해 1월 인천 송도에 선보인 '테크 프렌들리 CU' 1호점은 최첨단 리테일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무인 편의점이다. CU삼성바이오에피스점에는 자체 개발한 '클라우드 POS 시스템'이 도입됐다. 클라우드 POS 시스템은 결제 수단과 멤버십 서비스, 제휴 할인 적용 여부, 월별 행사 품목 등 정보를 암호화해 실시간 업데이트한다.
점포 내부에 설치된 30대 AI 카메라와 선반 무게 센서가 고객의 최종 쇼핑 리스트를 파악하면 POS 시스템이 이를 상품 정보, 행사 정보 등과 결합시킨다. 결제는 고객이 점포 게이트를 통과하는 즉시 사전에 등록한 셀프 결제 애플리케이션 'CU 바이셀프'를 통해 자동으로 이뤄지며 영수증 역시 해당 앱으로 전송된다.
스마트 편의점의 문제점으로 꼽혀왔던 출입 편의와 보안은 나이스정보통신과 기술 제휴를 통한 안면 인증 시스템으로 해결했다. 고객이 CU삼성바이오에피스점 입구에 설치된 안면 등록 키오스크에서 안면 정보와 'CU 바이셀프' 정보를 최초 1회만 등록하면 페이스 스캔만으로 매장 출입과 상품 결제가 가능하다.
업계 처음으로 주류 무인 자동판매기도 상용화했다. CU 평창더화이트호텔점에 설치된 스마트 선반 냉장고 자판기는 신세계아이앤씨가 개발한 모델로, AI 비전과 무게센서 기술 등이 적용됐다. 소비자는 PASS 앱을 통해 본인 인증 후에 문을 열어 주류 상품을 선택한 후, 문을 닫으면 상품과 가격정보를 인식해 자동으로 결제된다.
△GS25
GS리테일이 지난해 BC카드 본사에 선보인 GS25 을지스마트점은 대표적 미래형 무인 편의점이다. 계산대를 없애고 안면 인식 결제 시스템과 스마트 스캐너를 활용한 디지털 혁신 점포로 구현했다. GS25 을지스마트점에는 QR코드를 통한 개인식별과 고객 행동 딥러닝 스마트 카메라, 재고 파악을 위한 무게 감지 센서, 영상 인식 스피커를 통한 고객 인사, AI 결제 등 다양한 미래형 디지털 유통 기술이 도입됐다.
고객은 BC페이북의 QR코드를 스피드게이트에 접촉해 입장이 가능하다. 고객이 점포에 들어가면 34대의 딥러닝 스마트 카메라가 고객 행동을 인식한다. 매대별로 장착된 총 300여개의 무게 감지 센서가 딥러닝 스마트 카메라와 함께 고객의 구매 행동을 학습하고 규명한다. 물건을 고르고 스피드게이트를 빠져나오면 AI기술이 적용된 결제 시스템이 자동으로 결제해 고객에게 모바일 영수증을 제공한다.
구매 과정과 관련한 첨단기술 외에도 친절 서비스를 위한 영상 인식 스피커 운영 기술도 선보인다. 영상 인식 스피커는 카메라를 통해 고객이 특정 장소에 있거나 특정 행동을 할 때 미리 정해 놓은 음성이 스피커를 통해 안내되는 장비다.
GS25 무인형 매장은 미래형 기술 실증 형태의 무인 스마트형 매장과 셀프 결제 기반의 무인 셀프형으로 구분된다. 무인 셀프형의 경우 야간에 무인 전환하는 하이브리드 매장으로 가맹점에 상용화됐다. GS25는 450여개 무인 편의점을 운영 중이며 연말까지 550여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이 2017년 업계 처음으로 선보인 스마트 무인 편의점 '시그니처'는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갖췄다. 우선 보안을 위한 이중 출입 게이트를 도입했다. 출입인증 단말기에서 신용카드, 엘포인트, 카카오톡 지갑 등을 통해 1차 인증을 거치면 첫 번째 게이트가 열리고, 이후 스마트CCTV로 안면 이미지 자동촬영 과정을 추가로 거쳐야 점포에 입장할 수 있다.
또 AI 결제 로봇 '브니'는 안면인식, 문자음성 자동변환, 이미지·모션 센서 등 다양한 신기술이 탑재돼 기존 무인 결제 과정에서 찾기 어려웠던 접객 서비스를 제공한다. 브니는 안면인식 카메라를 통해 사전에 고객 정보를 입력하고 성인인증을 할 수 있는 기술도 확보, 특허 등록까지 마쳤다.
고객동선 인식시스템은 점포 내부 바닥에 설치된 다목적 전자인식셀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 점포 운영 보안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총 75개의 전자인식셀이 고객 입점 순간부터 구매 및 퇴점까지 동선을 파악, 실시간 고객 이동 데이터와 상품 구매 데이터를 생성한다. 이를 통해 비상 상황을 감지하고 상품 정보·위치 음성 서비스, 구역별 이동 이력, 체류시간 등을 분석할 수 있다.
DT 랩 스토어에서는 3D 라이다와 AI 결품관리, 통합관제 시스템, AI 휴먼 등 네 가지 핵심 기술을 테스트한다. 3D 라이다는 점포 내 고객 동선 분석을 통한 최적의 상품 운영 전략을 찾기 위한 시스템으로 국내 편의점에 최초로 도입했다. 상품을 들고 걸어나오면 스마트폰 앱을 통해 결제되는 기술인 '비전앤픽'도 선보였다. 아마존고 저스트 워크 아웃과 달리 카메라만을 활용해 비전기술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마트24
이마트24는 그룹 계열사인 신세계아이앤씨와 협업한 미래형 편의점 '김포DC점'을 통해 다양한 무인화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 매장은 컴퓨터비전, 센서퓨전, AI, 머신러닝 등 첨단기술을 집약했다. 매장 내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가 고객의 쇼핑 동선을 추적하고 상품 정보를 인식한다. 고객이 진열된 상품을 들고 나오기만 하면 자동 결제된다.
이마트24는 그동안 다양한 셀프 결제 시스템을 테스트하면서 가맹점의 운영 편의와 고객의 구매 편의에 초점을 맞춘 하이브리드 매장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본점에 도입한 AI기반 주류 무인판매 머신도 컴퓨터비전과 무게센서 등 김포DC점 기술을 적용한 사례다.
주류 무인판매기 선반에는 상품을 인식하기 위한 12개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고객이 문을 열고 상품을 꺼낼 때 양쪽 카메라가 모양을 인식하고, 이미지 학습 AI가 어떤 상품인지를 인지한다. 이때 상품의 무게센서가 고객이 집어 드는 상품 무게를 인식한다. 고객이 주류 판매기에서 상품을 집어들 때 컴퓨터비전이 이미지를 인식하고, 해당 상품 무게를 감지해 몇 개를 구매하는지 AI가 복합적으로 판단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문을 닫으면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마트24는 스마트폰 하나로 출입부터 결제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모바일 인증 시스템도 구축했다. 네이버 앱을 통해 QR 바코드 형태인 '네이버 출입증'을 발급받거나 카카오톡 지갑 QR를 통해 출입이 가능하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