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자동차 페인트 도장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미생물을 이용해 정화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B중소기업. H자동차와 14년간 거래를 해왔다. 그러던 중 H자동차의 요구로 8차례에 걸쳐 기술자료를 제공했다. H자동차는 산학과제 계약을 체결한 K국립대에 이 기술자료를 무단으로 제공해 유사 특허를 등록하게 한 뒤 다른 협력업체에도 제공해 단가를 절감했다. 중소기업기술분쟁조정위원회는 H자동차에게 3억원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다.
#사례2. S중소기업은 H조선사에 피스톤과 실린더를 개발해 납품한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H조선사로부터 기술자료 요구 및 독촉을 받고 제조공정도, 작업표준서 등 자료를 제공했다. H조선사는 S중소기업의 기술자료를 타 업체로 유출했다. 이후 단가인하를 강요하고 물량을 줄이다가 결국 발주를 중단했다. 공정위 신고 후 H 조선사는 시정조치와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나 행정소송을 제기, S중소기업은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기술 분쟁은 흔하다. 대기업(원사업자)이 납품업체인 중소기업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한 뒤 기술유용이나 납품단가 인하 등에 악용한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대기업들은 제공받은 기술을 이용해 납품업체를 이원화해, 기존에 납품하던 중소기업에게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거나 발주 자체를 중단하는 행태가 가장 많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18년도 '대·중소기업 간 기술탈취 실태 및 정책 체감도 조사'에서도 대기업의 기술자료 요구시점이 '계약체결 전'이라고 답한 중소기업이 64.7%로 가장 많았다. 중소기업은 계약체결 실패 및 향후 계약 후 거래 단절을 우려해 이같은 대기업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왔다. 자료 제공시에는 주로 대기업 주도로 작성한 서면을 통해 자료를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는 기술자료 보호를 위한 비밀유지계약(NDA) 체결이 문화로 정착되어 있다. 하지만 국내는 NDA 체결자체가 서로의 신뢰를 의심하는 불편한 관계를 초래하는 것으로 인식해 왔다.
업계는 이번 상생협력법 일부개정법률 공포안에 NDA 체결를 의무화한 것이 기술탈취 사전예방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도 신설되긴 했으나 1000만원 이하는 다소 적다는 입장도 있다.
기술탈취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도 중소기업의 피해입증 책임이 완화되면서 보다 공정한 상황에서 법적 대응이 가능해졌다. 그간 기술자료 유용행위 증거의 대부분이 위탁기업의 사업장에 존재하는 반면에 피해를 입은 수탁 중소기업은 여건이 열악해 위반행위를 입증하기 어려웠다.
중기부측은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한 입증책임 자체를 위탁기업에 전환하지 않고 구체적 행위태양 제시의무를 부여하도록 한 것은 소송절차 진행에 있어 위탁기업과 수탁기업 중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위반시 과태료 부과 규정도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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