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강원도까지 가는 시간을 대폭 줄인 서울양양고속도로. 이 길을 달리다 양양에 가까워지면 상당히 긴 터널을 만난다. 우리나라 도로터널 가운데 최장인 '인제양양터널'이다. 도로 길이만 1만962m로, 11㎞에 이른다.
그만큼 긴 터널이기에 안전을 위해 230여대의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위험 요소를 감지하고 있다. 돌출형·점선 차선, 무지개 하늘 배경, S자 구간 등이 운전자의 졸음·과속운전을 방지한다.
다양한 안전장치가 마련됐지만 워낙 긴 구간이어서 운전이 쉽지 않다. 터널을 통과하는 운전자라면 답답한 마음에 한 번쯤 '언제 끝나지'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다행인 것은 어느 지점에서 터널을 벗어날지를 운전자가 알고 있다는 점이다. 11㎞를 지나면 밝은 빛을 만나면서 터널 구간이 끝난다는 것을 알기에 크게 문제 될 바는 없다.
만약 이러한 정보 없이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을 무조건 달려야 한다면 사람에 따라 불안감이 배가될 것이다. 끝을 알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두려운 일이다. 끝을 모르면 계획이나 대책을 세우기도 어렵다.
여름 들어 시작된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인한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11일 국내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2000명을 넘었다. 4차 대유행 시작 때 2000명 돌파를 예상하긴 했지만 실제로 '2000'이라는 숫자를 접하니 충격이 크다. 1개월 넘게 시행한 고강도 방역 조치를 비웃기라도 하듯 전해진 2000명 돌파 소식에 정부와 국민 모두 난감할 따름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의 끝이 어디인지 여전히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도 현 상황이 코로나19 사태의 '정점'에 해당하는지를 단언하지 못한다. 다행히 12일에는 신규 확진자가 1987명으로 2000명 아래로 내려왔지만 이 정도 감소가 추이 변화로 여겨지진 않는다. 광복절 연휴와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다가오면서 오히려 걱정과 불안은 더 커진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터널이 끝나기를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다. 무작정 긴 터널을 운전하다 보면 그만큼 안전사고 발생 공산이 높아진다. 중간중간에 사고를 방지하는 안전시설을 늘려야 한다. 운전자가 대비할 수 있도록 진입, 종료 등 구간별로 차별화·맞춤화한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 주행 구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 그에 맞춰 새로운 안전대책도 보강해야 한다. 갇힌 터널에서 제한된 주행을 맹목적으로 지속하는 것은 위험하다. 집중력과 긴장감이 떨어지면 예기치 못한 사고도 발생한다.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새로운 차원의 접근 및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현 방역 조치가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정부도 인정하는 바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세부 조치의 일부를 첨삭하는 차원이 아니라 실제 효과를 낼 수 있는 식으로 방역대책 전반에 걸친 전환 검토가 요구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모더나 도입 물량 축소처럼 더 이상의 백신 수급 차질은 용납되지 않는다. 정부는 백신 접종 일정을 애초 계획한 대로 이어 가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계속되는 코로나19 위기. 터널 끝 빛줄기를 만들어서 조금이라도 빨리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새로운 시각에서의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이호준 ICT융합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