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가 활성화돼 소비자 효용이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모든 경제주체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장질서가 조성되어야 한다. 하지만 산업화시대를 거치면서 시장지배적 위치를 확보한 기업들은 자본과 시설의 독점을 통해 시장 전체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반경쟁적 행동을 전개하였고 1890년 미국의 셔먼법(Sherman Antitrust Act)을 시작으로 각국의 정부들은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과 같은 경쟁법(Competition Act)을 도입하여, 독과점의 폐해를 방지하고 공정한 경쟁을 담보함으로써 소비자의 후생이 극대화되는 효율적 시장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의 측면에서 본다면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인 피터 씨엘(Peter Thiel)이 말한 것처럼 '경쟁은 패배자들의 몫이고 지속적인 이윤 창출을 위해서는 독점을 추구'하는 것이 맞을 수 있지만 사회 공동체 전체의 입장에서 본다면 특정기업의 독점적 이익은 소비자 후생의 감소와 장기적으로는 혁신적 상품과 서비스의 출현을 어렵게 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에서 산업화시대 정부들은 경쟁법의 적극적 적용을 통해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하였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AT&T와 스탠다드 오일의 분할과 같이 기업에 대한 구조적 조정도 실시하였다.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출현하면서 전통적 경쟁법으로 플랫폼 사업자의 반경쟁적 행위에 대한 효율적 규제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앱마켓(App Market)'의 독과점에 따른 부작용 문제가 디지털시장의 공정경쟁과 관련하여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모바일 기반의 '앱이코노미' 확대와 함께 모바일 앱 플랫폼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의 앱스토어(App Store)와 플레이스토어(Play Store)에서 작년 발생한 인앱 결제 규모는 853억달러(98조7000억원)로, 인앱 결제에 15~30%의 수수료가 부과되는 것을 계산하면, 애플과 구글은 작년 한해 인앱 결제를 통해 15조~30조원의 수입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미국, EU의 정부와 국회는 애플과 구글이 자신의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에 앱 유료 콘텐츠 결제 시 자신의 시스템을 활용해 결제하는 인앱 결제를 강요하고 결제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이러한 행위가 반경쟁적인지, 또 반경쟁적이라면 어떠한 형태로 규제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들을 검토, 논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지난 7월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애플, 구글, 원스토어와 같은 '앱마켓사업자'에 인앱 결제 강제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하여, 현재 국회 법사위의 심의가 진행 중에 있다. EU에서는 플랫폼의 투명성, 책임성 제고를 내용으로, 법 위반시 플랫폼사업자에 전 세계 매출액의 10%의 과징금 부과와 반복적 위반시 구조적 조정도 명령할 수 있는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 Act)이 작년 12월 제안되어 법제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미국에서도 지난 8월 11일 상원에서 애플과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금지를 포함하여 우리나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과 유사한 내용을 담은 'The Open App Market Act'가 발의되었다.
정부, 의회 차원의 논의와는 별도로 인앱 결재를 회피하기 위해 자체 결제시스템을 운영하다 앱스토어에서 퇴출된 '포트나이트'의 개발사 에픽게임즈는 애플에 대한 반독점소송을 제기해서 이에 대한 판결이 금년 내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향후, 애플과 에픽게임즈의 판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예상할 수 없지만 현재 우리나라, EU,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앱마켓에서의 반경쟁적 행위에 대한 규제제도 정비는 향후 디지털시장의 공정경쟁 확보와 건강한 발전을 위해 중요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혁신이 핵심인 디지털경제에서 규제가 혁신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되겠지만 공정한 경쟁이 혁신의 원천이라는 기본원칙이 손상되어서는 더욱 안될 것이다.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총장 wonki.min@suny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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