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800억유로(약 110조3000억원)를 투자해 유럽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 TSMC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인텔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유럽에 새 반도체 공장 2개를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겔싱어 CEO는 이날 뮌헨 오토쇼에서 “반도체 수요가 계속되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대담하고 커다란 사고방식이 필요하다”면서 대규모 반도체 생산 인프라 확보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지난 3월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200억달러(약 23조원)을 투자, 미국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35억달러를 투자해 뉴멕시코 공장을 확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WSJ은 이번 투자가 컴퓨터, 자동차, 가전 등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하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 역량을 아일랜드 공장에 집중하겠다고 밝혀 급성장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 공략 의지도 내비쳤다.
자동차 회사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가 감산을 선언하고, 도요타도 이달 전 세계 생산량을 40% 감축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겔싱어 CEO는 2020년대 말까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두 배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프리미엄 자동차의 경우 재료비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2019년 4%에서 향후 20%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투자 결정으로 TSMC와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 강자를 뒤 따르는 인텔의 추격 속도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위는 TSMC로 52.9%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7.3%로 2위다. 인텔은 아직 상위 10위권 안에 들지 못한 상황이다.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서는 공격적 투자가 필요한 셈이다.
겔싱어 CEO는 유럽 공장 신설 계획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해 추가 투자 가능성도 점쳐진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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