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프리미엄 모델 제네시스에 삼성전자의 차량용 이미지센서를 적용한다. 삼성전자 이미지센서가 완성차에 대량 공급된 첫 사례다. 차량용 반도체 관련 국내 대표 완성차와 반도체 기업의 협업이다. 현대차는 반도체 공급망을 늘리고 삼성전자는 차량용 이미지센서 수요처를 확보하면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에 출시되는 제네시스 신모델에 삼성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오토 4AC'를 적용한다. 탑재 모델은 제네시스의 첫 전기차 'GV60'가 유력하다. GV60은 제네시스 전동화를 이끌 핵심 모델이다. GV60 이후 다른 현대차그룹 신차로 삼성 이미지센서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올 상반기부터 삼성의 차량용 이미지센서가 현대차에 공급돼 테스트를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7월 출시된 아이소셀 오토 4AC는 차량용 부품 신뢰성 평가기준 'AEC-Q100' 인증을 획득했다. 픽셀마다 크기가 다른 포토다이오드를 배치한 '코너 픽셀' 기술로 어두운 터널이나 지하 주차장 출구처럼 밝기 차이가 큰 환경에서도 선명한 하이다이내믹레인지(HDR) 영상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아이소셀 오토 4AC는 제네시스 서라운드뷰 모니터와 후방 카메라 등에 적용된다. 차량 내부에서 밖을 확인하는 핵심 센서로 활용될 예정이다. 해상도는 120만화소로, 영하 40도에서 영상 125도까지 견딜 수 있다.
현대차는 삼성과 협업해 반도체 공급망 강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만큼 안정적 밸류체인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온세미컨덕터 제품을 주로 사용해 왔다. 차량용 이미지센서 시장은 온세미컨덕터 자회사 '온세미-앱티나'(2020년 시장점유율 38.3%)가 주도하고 있다. 옴니비전(18.8%)과 소니(9.7%)가 뒤를 추격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 사업을 모바일 중심에서 자동차로 확대하고, 안정적인 수요처까지 확보하게 됐다. 세계 5위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 시장판도 변화도 노릴 수 있게 됐다.
양사 협업은 한층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와 삼성전자는 올해 5월 차량용 반도체 수요·공급 협력을 위해 손을 잡았다. 이미지센서 외에 여러 차량용 반도체 분야의 협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16일 “미래차 산업에서 전장부품 비중은 기존 내연기관차의 두 배 이상인 70%에 이르지만 국내 공급망은 취약한 편”이라면서 “전장부품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협력은 미래차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와 삼성전자는 “고객사와 협력사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