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을 비롯해 정부까지 카카오, 네이버 등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정부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강력 규제를 예고했고, 이로 인해 관련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이 대거 주식을 매도함으로써 주가는 폭락했다. 폭락한 주식은 역설적으로 여태껏 정부가 대한민국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가 달라고 요청한 그 기업들의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 성장과 증시에 긍정적 확신을 잃어 가던 외국인이 정치권의 강력한 규제 의지를 확인하고 인터넷 플랫폼 기업뿐만 아니라 반도체, 이차전지, 자동차 등 거의 전 산업 부문의 주식을 팔고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특히 이달 9일은 주식시장에서 선물과 옵션 만기일이 겹치는 시기였다. 외국인의 움직임과 증시 수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차에 정치권의 규제 이슈는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의 이탈 결심을 가속하게 했다.
인터넷 플랫폼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정치권은 미국과 유럽도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대해 강한 규제 움직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정치권의 인식은 오해 또는 몰이해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의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에 대해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공정거래 이외의 규제에 대해서는 강화 움직임이 전혀 없다. 이 때문에 미국 기업의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빅테크 기업에 대해 강한 규제를 시도하는 것은 EU 회원국에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단 하나도 없기 때문에 미국의 빅테크 기업에 대한 진입장벽으로 규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실질적으로 해외 기업에 대한 규제라는 점이 지금의 대한민국과 다르다. 자국의 빅테크 기업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세계적으로 중국밖에 없다. 중국의 이러한 규제 움직임이 경제보다 정치 때문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소상공인이 상품을 전 국민 대상으로 판매할 수 있고, 특히 창작자들이 콘텐츠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연결이라는 기능성에다 충실한 플랫폼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 생태계 구성원이라면 모두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영세식당들이 버틸 수 있는 것은 배달 플랫폼의 도움 덕이라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나아가 코로나19 잔여 백신 안내, 백신 예약 등과 같이 플랫폼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백신 접종률을 높일 수 있었다.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지만 인터넷 플랫폼은 지금 이 순간에도 시민 불편에 귀 기울여서 해소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상생을 이루며 국가의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에서 우리나라가 강대국들과 경쟁할 수 있는 산업 부문이 그리 많지 않다. 반도체, 이차전지, 플랫폼, 자동차, 바이오 정도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메타버스와 웹툰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의 미래 새싹에 물을 주고 거름을 주지는 못할망정 몰이해로 말미암아 성장 동력을 끊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물론 인터넷 플랫폼도 본질적으로 기업이기 때문에 이윤 추구에 몰입하다 보면 잘못된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이 경우는 당연히 규제적 통제가 적용될 수 있다. 다만 규제를 위해서는 시장 실패와 소비자 피해를 명확한 근거로 확인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정교한 핀셋형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한쪽의 목소리만으로 사안을 예단하고, 전문성에 대한 몰이해 상태에서 사전에 입법으로 규제하려는 시도는 지양해야 한다.
카카오도 지난 14일 주요 계열사 대표 회의를 열고 '골목상권 논란사업 철수 및 혁신산업 중심의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상생 방안을 구체적으로 내놓은 것은 잘한 일이다. 네이버의 중소상공인 상생지원 분수펀드가 3000억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흐뭇한 소식이다.
규제가 우선 되기보다는 잘못을 시정해 나가면서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결국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나라라는 역사적 교훈을 정치인은 잊지 말아야 한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mkim@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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