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상을 거쳐 5세대(5G) 이동통신 2종, 롱텀에벌루션 9종 등 총 11종 요금제를 40~60% 가격에 알뜰폰에 도매제공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고, 저렴한 수준이다.
과기정통부는 중소사업자 위주인 알뜰폰의 협상력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SK텔레콤과 협상, 세계에서 가장 많은 요금제를 의무 제공하도록 유도했다.
알뜰폰 가입자의 선택권 확대와 가계통신비 인하에 기여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알뜰폰 요금제가 이통사 요금제를 할인 제공하는 형태로 차별화하지 못하는 한계도 분명하다. 알뜰폰 가입회선 1000만 돌파를 계기로 도매대가 중심의 알뜰폰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중〉규제에 의존한 성장 탈피해야
이동통신사에 따르면, 현재 알뜰폰 시장 대표요금제는 LTE 11GB(소진 이후 매일 2GB 추가제공) 상품이다. 후불 정액 요금제의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뜰폰 허브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이동통신 3사 자회사는 월 9~10GB를 제공하는 월 1만6000원~1만8000원대 상품을 추천했다. 중소 사업자는 월 2000~3000원에 데이터 1.5~2GB를 제공한다.
이통사의 도매제공 상품은 LTE 1.5GB, 2.5GB, 4GB, 6.5GB, 11GB, 100GB 상품 등이다. 알뜰폰은 이통사 주력 요금제 대부분을 약 50% 가격에 제공받아 이용자에게 재판매하는 형태다.
정부가 SK텔레콤과 도매대가 협상을 통해 도출한 요금제를 단순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KB리브엠 등 금융상품과 결합한 일부를 제외하면, 미디어콘텐츠·사물인터넷(IoT) 결합 등 차별화한 요금제를 찾기 어렵다.
정부의 행정지도 방식으로 이뤄지는 도매대가 규제는 알뜰폰 양적 성장을 위한 보호장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지만 도매대가에 안주하도록 해 혁신을 제한하는 부작용을 유발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알뜰폰이 자체 요금제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진정한 의미의 데이터 대량구매 상품을 활성화하는 것은 선결 조건이다. 이통사는 5TB당 0.8%, 10TB당 1.3%, 20TB당 1.5% 등 데이터 대량구매할인 도매상품을 제공한다. 하지만, 현재 데이터 추가할인 용도로만 사용되고, 데이터할인을 바탕으로 요금제를 재설계하는 데 이용되지 않고 있다.
혁신 요금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자체 전산 설비를 갖춘 데이터 중간 도매상 역할인 MVNE 도입도 필수다.
문제는 데이터 대량구매, MVNE 등 도입 논의는 10년째 진행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라쿠텐, 영국 버진 모바일과 같이 혁신상품을 무기로 이통사를 위협하는 알뜰폰 사업자도 우리나라에서는 10년째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알뜰폰이 정부와 이통사 협상 결과로 매년 할인되는 도매대가가 제공하는 안정된 수익성에 의존해 혁신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알뜰폰이 한 단계 도약·성장하기 위해서는 일률적 도매대가 규제를 넘어 이통시장을 위협하는 메기로 성장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가장 쉬운 방식의 직접 가격규제인 도매대가에 대한 정책 의존을 탈피해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알뜰폰이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자생력을 갖고 경쟁할 수 있도록 알뜰폰 인수합병(M&A) 활성화 정책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뜰폰 정책 전환
알뜰폰 도매대가 상품 현황
< 5GX 플랜 (VAT 포함, % 수치는 이통사 몫) >
< T플랜 요금제(부가가치세 포함 가격, % 수치는 이통사 몫) >
< 밴드데이터 요금제(부가가치세 포함 가격, % 수치는 이통사 몫) >
<종량제 방식 도매대가 현황>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