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달린 로봇에서 만족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뛰고, 날고, 헤엄치는 등 마치 생명이 있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각종 로봇이 속속 등장하며 발전된 기술을 자랑하고 있다.
그 선두에는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6월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있다.
로봇기술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이 가능한 ‘빅 도그(Big Dog)’와 이보다 발전해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가벼운 ‘리틀 도그(Little Dog)’, ‘치타(Cheetah)’, ‘스팟(Spot)’ 등 로봇개를 선보이고 있다. 사람처럼 걷는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Atlas)’ 또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기술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대표 모델인 스팟은 현재 ‘현대차그룹X보스턴 다이내믹스’ 첫 번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아 오토랜드 자동차 공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가장 주된 업무는 산업현장 안전관리이다.
작은 몸체를 가진 스팟은 산업 현장에서 좁은 공간이나 계단을 이용해 자유롭게 공장 내부를 순찰한다. 유연한 관절이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힘든 사각지대까지 파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AI프로세싱 서비스 유닛(AI 유닛)’ 연동으로 높은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
AI 유닛은 3D 라이다, 열화상 카메라, 전면 카메라 등 다양한 센서와 딥러닝 기반 실시간 데이터처리로 출입구의 개폐여부 인식, 고온 위험 감지, 외부인 무담침입 감지 기능 등 기능을 가능하게 한다. 시범 운영에서 여러 데이터가 축적되면 보강 과정을 거쳐 다양한 산업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도 놀라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Caltech, 이하 ‘칼텍’)이 공개한 2족 보행로봇 ‘레오나르도(Leonardo, 이하 ‘레오’)’는 인간을 닮았지만 인간이 수행하기 힘든 업무까지 가능하다.
레오는 76센티미터 높이에 3개의 구동 관절이 있는 두 개의 다리와 어깨에 비스듬히 장착된 4개의 프로펠러 추진기로 구성돼 있다. 사람이 걸을 때 혹은 제트슈트를 입은 뒤 움직임을 모방하는 레오는 스케이트를 타고, 느슨한 줄 위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잡기가 가능하다. 또한 프로펠러를 이용해 드론처럼 날아오를 수도 있다.
이 로봇은 인간 노동자들이 불가능한 업무를 대신하게 될 예정이다. 칼텍 연구진에 따르면 “높은 구조물과 물리적 상호작용을 수반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레오에게 적용하면, 인간 노동자들에게 위험한 일을 대신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레오를 발전시키면 고압전선 유지보수, 교량의 위쪽 표면 도장, 건물 지붕 또는 정유 파이프 검사까지 가능해질 것이라고 연구진은 예상했다. 현재는 로봇의 무게를 지탱하고 프로펠러의 추진력을 증가시키기 위한 성능 업그레이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칠성장어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는 로봇도 있다. IT 전문매체 씨넷은 최근 바이오로보틱스 기업 KM로보타가 로봇 물고기 ‘아그나타X(Agnata X)’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칠성장어는 4억 년 고대부터 거의 진화를 거치지 않고 원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기생어류로, 다른 물고기의 몸에 달라붙어 피를 흡입하며 살아간다.
아그나타X는 ‘무악류(칠성장어, 먹장어 등이 속하는 기생어류 종류)’를 뜻하는 Agnata라는 이름 그대로 칠성장어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KM로보타 최고경영자(CEO)이자 스위스 로잔 연방 공과대학교(EPFL) 연구원인 카밀로 멜로는 “아그나타X는 중추 신경계와 말초 신경계가 어떻게 상호작용해 움직이는지에 대한 신경과학의 오랜 논쟁에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로봇물고기나 수중드론은 정해진 속도로만 이동하고, 속도를 조절할 경우 자세 제어가 되지 않아 탐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아그나타X는 칠성장어의 신경계를 모방함에 따라 다양한 물 속 환경에 따라 움직임을 조절할 수가 있다.
연구진은 “아그나타X는 수영 로봇 발전을 위한 척수 연구에 활용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해양 탐사 분야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