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주력 세단인 'E-클래스'는 편안한 승차감과 럭셔리한 디자인으로 만족감을 줬다. 운전할 때뿐만 아니라 문을 여닫을 때와 음악을 감상할 때도 벤츠 특유의 고급 감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E-클래스는 독일 완성차 메르세데스-벤츠의 준대형 세단(E 세그먼트)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수입차 모델이다. 카이즈유데이터랩에 따르면 9월 기준 누적 판매량 2만2291대로 수입차 판매량 1위다. 현재 판매 모델은 2016년 출시한 10세대의 부분 변경 모델로 지난해 말 국내 출시됐다.
시승은 'E350 4MATIC AMG 라인(이하 E350 AMG 라인)'으로 했다. 서울 도심과 자동차 전용도로, 고속도로 등 약 150㎞를 주행했다. 현실적 연비 확인을 위해 교통 체증이 심한 오전 8시~9시 서울 도심 주행도 진행했다.
우선 외관 디자인은 흠잡을 곳이 없다. 기존에 다소 둔해 보이던 리어램프는 부분 변경을 거치면서 디자인이 바뀌었다. 리어램프가 얇아지면서 후면 디자인이 한층 날렵해졌다.
AMG 라인 모델의 경우 라디에이터 그릴, 프론트 범퍼, 리어범퍼 등의 디자인이 기본 모델과 차이가 있다. 보닛 위가 아닌 라디에이터 그릴에 자리한 메르세데스-벤츠 엠블럼은 더 젊은 느낌을 준다. 보닛의 두 개 파워돔은 강인함을 자아낸다.
E-클래스의 진가는 '컴포트 모드'에서 느낄 수 있다. 방음과 진동억제, 서스펜션 제어를 통해 안락한 승차감을 만들어낸다. 높은 방지턱을 강하게 넘더라도 예상보다 충격을 적었고 이마저도 부드럽게 완화하려는 모습이 돋보였다. 주행 상황에 따라 서스펜션의 경도를 제어하는 '에어 바디 컨트롤' 시스템 덕분이다.
주행 성능도 뛰어나다. 기본 주행 모드인 컴포트에서도 원하는 속도에 금방 도달할 수 있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더라도 100㎞/h를 순식간에 넘어선다. 체감 속도는 방·차음이 잘 이뤄지면서 실제 속도보다 느리게 느껴졌다. 9G-TRONIC 자동변속기를 사용하는 데 운전 시 변속 충격은 느낄 수 없었다.
파워트레인은 2.0ℓ 직렬 4기통 M264 가솔린엔진이다. 최고 출력 299마력, 최대 토크 40.8kg.m를 발휘한다. 여기에 48볼트 전기 시스템까지 갖췄다. 전기 시스템은 가속 시 14마력의 출력과 15.3kg.m의 토크를 더한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을 도입하면서 출발과 정차 시 진동과 소음을 잡았지만, 극적인 연비 개선 효과는 없었다. 공인연비는 9.9㎞/ℓ로 경쟁 국산 준대형 세단보다 낮았다. 정체가 있는 도심에선 8㎞/ℓ대 연비를, 교통이 원활한 자동차 전용도로·고속도로에선 12㎞/ℓ 이상의 연비를 기록했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스포츠+'로 변경하고 운전대에 달린 패들 시프트를 이용하면 역동적 주행도 즐길 수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주행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1열 시트가 허리 좌우를 잡아줘 코너링에서 유용하다. 덩치가 크다면 버켓 시트라는 점에서 작게 느껴질 순 있겠다.
반자율주행 기능은 운전 피로감을 줄여줬다. 고속도로 정속 주행보다 정체 구간에서 가·감속을 차량에 맡기자 발목에 무리를 줄여줬다. 저속 주행 중에도 부드럽게 가·감속이 이뤄졌다. 다만 앞차가 멈추면 강하게 제동하기도 했다. 다른 완성차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반자율주행 기능을 레이더, 카메라 기반으로 구현하기 때문에 기술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향후 전방 차량과 보행자 등과의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라이다 적용 시 개선이 기대된다.
주차 편의 기능도 유용하다. 차량 360도를 보여주는 '버드 아이 뷰' 기능을 구현뿐 아니라 차량을 둘러싼 파란색 상자로 장애물과 충돌 가능성을 미리 경고한다. 주차 공간을 인지하고 자동으로 조향해 주차하는 기능은 기술 완성도가 높다. 사람보다 정교하게 주차면에 각을 맞췄다.
AMG 전용 차세대 지능형 운전대 'L5C'는 개인적으로 이전보다 불편했다. 위와 아래로 조작부가 나눠 있어서다. 또 세밀한 크루즈컨트롤 속도 조절, 볼륨 조절은 터치 방식으로 진행해야 해 정밀한 조작이 어려웠다. 디자인 변화와 AMG 라인만의 차별화에 몰두한 듯하다. 나파 가죽 적용으로 촉감은 고급스럽다.
선호도가 높지 않았던 순정 내비게이션은 증강현실(AR) 기능이 더해지면서 사용성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주행 시 가상의 주행 라인을 보여주기에 복잡한 교통 상황에서도 목적지를 찾아가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익숙한 모바일 내비게이션을 선호한다면 '안드로이드 오토' '카플레이' 기능을 활용하면 된다.
오디오 성능도 뛰어나다. 독일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부메스터'의 스피커와 앰프로 입체 음향을 만들어낸다. PM 2.5 초미세먼지 센서 기반의 공기 청정 기능도 지원한다. 해당 기능은 한국과 중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더 뉴 E-클래스 모델에만 적용되는 지역 특화 기능이다. 1열 시트가 통풍시트를 지원하지 않고, 운전대 열선 기능이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가격은 9120만원이다. 프로모션을 적용하지 않은 가격이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