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한 총 9500억원 규모 위성통신 기술개발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첫 관문을 넘지 못한 것은 내용보다는 형식 측면에서 일부 부족한 부분이 발견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예타 대상사업 선정(옛 기술성평가)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해서 기술 개발을 단념하기에는 이르다. 탈락 원인을 면밀하게 분석, 보다 치밀하게 준비하기 위한 계기로 활용하는 것이 과제다.
◇위성통신 예타, 우선순위에 밀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과기정통부 소속이지만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정부 사업에 대해 독립적으로 심사해 정부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 과기혁신본부는 이르면 내주,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에 '저궤도 군집 위성통신 시스템 개발사업' 대상사업선정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와 위성통신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사업 탈락 주요 이유는 내용적 측면보다는 '대진운'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2023년 예산확보를 겨냥해 탄소중립과 바이오, 반도체, 원자력, 우주개발 등 23개 사업기획이 몰린 상황에서 10개가 통과됐다. 위성통신은 내용적 문제보다는 분야 간 안배 등이 고려돼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평가다.
대상사업 선정은 내용적 타당성에 앞서 국가사업으로서 형식성 타당성에 큰 주안점을 두고 평가한다. 위성통신 개발 필요성에 대한 데이터 등 근거를 첫 도전 만에 형식 측면에서 충족시키기에 다소 부족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첫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해서 위성통신 핵심기술 개발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과기혁신본부 대상사업 선정에서 첫 신청 후 통과하는 사례는 20~30%로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입장에서는 형식적 타당성에 더해 과학기술적 정합성, 시의성 등을 보다 치밀하게 검토해 사업추진 전략을 보완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위성통신, 미래 위해 반드시 필요
과기혁신본부는 연간 통상 4회 예타를 진행한다. 위성통신시장 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주요국 경쟁을 감안할 때 내년 최대한 빠르게 추가 심사를 진행해 우리나라가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주요국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위성 발사 계획을 제출, 궤도·주파수 선점 경쟁에 돌입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궈왕' 저궤도 통신위성 1만2992개를 발사 계획을 제출했다. 미국은 민간기업인 스페이스엑스가 2025년까지 약 1만2000개 '스타링크' 통신위성 발사 계획을 제출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저궤도 통신위성 발사, 탑재체, 서비스 등을 포함한 시장 규모는 2040년 7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위성통신은 기존 이동통신 공간 제약을 극복하며 방대한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방증이다.
우리나라는 예타에 포함된 실증용 저궤도 통신위성 14기 등을 통해 위성통신 관련 안테나, 회로 등 부품업체, 관련 서비스기업이 레퍼런스를 확보하며 대응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
위성통신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당장 미국과 중국과 대등하게 경쟁을 펼치긴 어렵더라도, 최소한 기반을 조성해 위성관련 부품·서비스 기업이 실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선점 주의 원칙이 적용되는 위성궤도와 주파수 등을 고려할 때 위성통신 대응전략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위성통신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안) 현황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