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감광액 세정(스트립) 장비 세계 1위인 피에스케이가 최근 식각 장비 중 하나인 '베벨 에처(경사면 식각장비)' 개발을 완료했다. 외산 독점인 베벨 에처 시장에서 국산화에 성공한 건 처음이다. 피에스케이는 스트립 장비에서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식각 장비에 적용한다.
피에스케이는 최근 베벨 에처 장비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국내 반도체 제조사와 공급 협의에 들어갔다.
이경일 피에스케이 대표는 “기존 감광액 세정 장비에 이어 반도체 식각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피에스케이가 국산화한 베벨 에처는 웨이퍼 둥근 가장자리 부분을 화학 약품 등으로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는 제거하는 장비다. 웨이퍼 가장자리는 화학적·물리적 제어가 어려워 칩 수율을 떨어트리는 원인을 제공해왔다. 얼마나 웨이퍼 가장자리를 잘 식각하느냐에 따라 반도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피에스케이는 베벨 에처 개발을 위해 다년간 연구개발(R&D)을 추진했다. 특히 감광액 세정 장비에서 쌓은 기술력을 베벨 에처에서도 구현해 경쟁사와 차별화했다. 피에스케이는 이달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서 발표한 '미국 반도체 공급망 보고서' 분석 자료에서 스트립 장비 분야 세계 '리더'로 꼽힌 바 있다. 각 장비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마켓 리더로 언급된 건 피에스케이가 유일하다.
피에스케이가 베벨 에처를 반도체 제조사에 공급하면 베벨 에처를 상용화한 국내 최초 기업이 된다. 현재 베벨 에처는 미국 램리서치가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 국산화로 해외 의존도를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피에스케이는 베벨 에처를 앞세워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경영실적을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스트립 장비 외 건조 세정(드라이 클리닝) 장비 개발에 성공해 국내 반도체 제조사에 납품한 바 있다. 베벨 에처 국산화는 글로벌 반도체 식각 장비 시장에 도전하는 신호탄이다. 피에스케이는 식각 장비를 중장기 사업으로 선정하고 새 기술을 계속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또 기존 메모리에 집중했던 스트립 장비는 시스템 반도체까지 확대한다. 피에스케이는 지난해 미국 반도체 회사의 시스템 반도체 공정에 스트립 장비 공급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반도체 분야 별로는 메모리에서 시스템 반도체로 사업을 확대하고 장비 제품 포트폴리오는 스트립에서 클리닝, 식각 장비까지 늘려갈 계획”이라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