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바이오기업 모더나, 글로벌 통신사 버라이즌 최고경영진과 연이어 만나며 글로벌 경영을 재개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미래 성장사업'인 바이오와 차세대 이동통신을 직접 챙기며 성장동력 육성의 의지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17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이통 사업자인 버라이즌의 미국 뉴저지주 본사를 방문해 한스 베스트베리 최고경영자(CEO) 등을 만나 차세대 이통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버라이즌은 애플, 베스트바이, 도이치텔레콤, 슈프림 일렉트로닉스 등과 함께 삼성전자의 5대 고객사다. 삼성전자는 6세대(G) 이통 등 글로벌 차세대 이통 시장 주도권 확보 과정에서 주요 고객사인 버라이즌과 협업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올해 첫 기술 언팩을 통해 선보인 네트워크 장비용 자체 칩셋과 가상화 솔루션, 특화망 장비 등 추가 수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부회장이 네트워크 사업 후방 지원에 나섬에 따라 5G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성장도 기대된다.
전날 이 부회장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도 만났다. 회동은 아페얀 의장이 설립한 바이오 투자회사인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의 본사에서 진행됐다.
이 부회장과 아페얀 의장은 최근 양측 사이에 진행된 코로나19 백신 공조를 비롯해 향후 추가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5월 모더나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생산 계약을 체결, 8월부터 생산에 들어갔다. 이 백신은 지난달부터 국내에 출하돼 전국 방역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업계는 이 부회장의 방문을 계기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완제의약품(DP) 위탁생산(CMO)을 넘어 원료의약품(DS) 생산 계약을 수주할 가능성을 기대했다. 백신 위탁생산의 핵심인 DS 생산까지 맡으면 mRNA 백신 핵심 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다. 수익성도 DP 공정보다 2~3배 높아 부가가치가 크다.
이 부회장이 경영 복귀 후 첫 미국 출장에서 바이오·통신사 경영진을 잇달아 만난 것은 미래 성장동력 발굴·육성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은 8월 3년 동안 240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 등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 2공장 투자 계획도 곧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투자 계획을 세우고 부지 조율 작업을 하고 있다. 이 부회장 방미 기간에 부지 최종 선정을 위한 현지 관계자와의 협의 가능성이 짙다. 현재 텍사스 주 테일러가 유력 후보지로 꼽힌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