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28㎓ 대역 5세대(5G) 통신 활용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 지하철 와이파이 공동 구축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28㎓ 대역 5G 포기가 아니라 활용을 결정한 만큼 마지노선인 1500개 기지국 공동 구축을 의무구축 수량으로 인정해 달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유연한 정책 결정을 요청했다. 28㎓ 5G망을 활용한 지하철 와이파이 품질 향상과 주파수 할당 이행 의지가 이통사의 제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하철 28㎓ 공동 구축 '현실 대안'
이통 3사가 지하철에 공동 구축할 예정인 28㎓ 대역 기지국 1500식을 각사 의무구축 수량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한 데는 28㎓ 대역 비즈니스 모델이 뚜렷하지 않은 현 상황에 대한 고민이 반영됐다. 28㎓ 대역은 직진성이 우수하고 회절성(장애물을 피하는 성질)이 부족한 특성상 일반 이용자용 서비스에서는 해법을 찾지 못했다. 이통사는 실증을 진행한 결과 지하철의 경우 객차 내 다수 이용자의 데이터를 집적해서 빠른 속도로 이통사 중앙서버에 전송하는 '백홀'(전송망) 역할로는 28㎓ 대역 기능이 적합하다고 결론내렸다.
이에 따라 3사는 연내 최대한 노력해 회사별 500개를 구축하되 전체 수량인 1500개를 각사가 구축한 수량으로 인정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법령에도 공동구축 물량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뚜렷한 규정이 없는 만큼 과기정통부가 최대한 유연하게 해석해서 28㎓ 대역 5G를 상용서비스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인정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23일 “지하철 선로에 기지국을 구축할 경우 옥외에 28㎓ 대역 기지국을 구축하는 것보다 몇 배 더 많은 비용과 인력이 투입된다”면서 “이통사의 적극적인 투자 노력을 반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통신업계는 5G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의 체감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지하철 와이파이를 활용하면 다양한 이용층이 5G 서비스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정성 평가에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고심', 가능성 닫진 않아
과기정통부는 이통사의 요청에 대해 당장 부정 입장은 아니다. 다만 연말까지 28㎓ 대역 기지국을 추가 구축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결론을 당장 내리기에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과기정통부는 관련 선례와 법적 근거 등을 검토해서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유사 선례는 있었다. 지난해 롱텀에벌루션(LTE) 주파수 재할당 대가 경감을 두고 이통사와 과기정통부가 논의, 5G 기지국 구축 조건 수량을 15만국에서 12만국으로 조정했다. 100% 동일한 사례로 보긴 어렵지만 당시 과기정통부가 이통사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조건을 조율한 만큼 이번 지하철 공동 구축 수량에 대한 평가 또한 이통사와 충분한 논의를 거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공동 구축에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는 점은 공동 구축을 인정하는 근거도 될 수 있지만 자칫 이통사 봐주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결국 이통사가 28㎓ 대역 5G 활용에 대해 실질적 의지를 보이고, 더욱 구체화한 방안 제시가 명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최종 구축 수량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안에 공동 구축 수량을 각사 수량으로 인정한다는 답을 하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