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정 활용해 신장섬유화 잡는다'

반도체 공정을 활용한 신약 개발 플랫폼이 개발돼 눈길을 끈다.

김세중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와 전누리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3차원 생체 조직칩을 이용, 실제 인체의 섬유화 과정과 유사한 환경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는 '분자과학 국제저널'에 게재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김세중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김세중 교수

만성콩팥병이 진행되면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한 말기 신부전증으로 발전한다. 이때 말기 신부전증으로 진행하게 되는 주요 기전이 콩팥이 딱딱해지는 '신장 섬유화'다.

신장 섬유화를 치료할 약물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효과를 알 수 있는 실험 모델이 필요하다. 그러나 동물실험은 결과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없고, 2차원 세포 실험은 생체와 다른 구조에서 자라나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반도체 공정을 활용해 3차원 생체 조직칩 위에 인체 장기 세포를 배양했다. 생리적 세포반응을 재현할 뿐만 아니라 해당 장기 기능과 특성까지 모방했다. 이를 통해 동물실험에 의존하던 신약개발과 독성평가 연구 부문을 대체할 수 있게 했다.

구체적으로 생체 조직칩 기술을 이용, 세 가지 세포를 구획별로 배양했다. 근위세관 세포가 모사한 세뇨관 구획, 혈관내피세포가 구조를 형성한 혈관구획, 섬유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섬유아세포 구획을 동시 배양했다. 섬유화 조직칩에 'TGF-베타'를 투여해 섬유아세포 활성을 유도했다. 활성화된 섬유아세포를 통해 다양한 섬유화 물질이 분비되며 실제 인체 섬유화 과정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이번 연구는 인간 기원 세포를 사용해 동물실험 한계인 종간 제한을 극복했고, 섬유화에 관여하는 세포 세 가지를 3차원으로 공배양해 생체 내 미세 환경에 맞는 모델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세중 교수는 “신섬유화 신약 후보물질 유효성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고 평가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시했다”면서 “신장뿐 아니라 다른 장기의 섬유화 모델로 확장할 수 있어 의미 있는 연구결과”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