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반도체 사업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 프로젝트가 중단된 지 4년 만이다. LG전자는 2011년 조직 개편을 통해 SIC연구소(현재 SIC센터)에서 모바일용 AP를 개발했다. 그러나 5년 동안 성과가 나오지 않자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당시 일부 직원이 VC사업본부(현 VS사업본부)로 이동하며 사물인터넷(IoT)이나 로봇용 반도체 개발을 이어 왔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SIC센터에서 자체 개발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는 최근 자동차와 가전 업계에 휘몰아치는 반도체 공급 부족의 대표 품목이다. 국내외 완성차 업체는 MCU 수급난으로 인해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거나 납품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전장사업을 영위하는 LG전자 역시 MCU 공급 부족 사태 영향권 안에 있다. MCU가 제때 수급되지 못하면 전장 부품 양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최종적으로 LG전자 VS사업본부가 고객사인 주요 완성차 업체에 적기 납품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면서 MCU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가 차량용 MCU 자체 개발을 선택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내연기관 차량에는 MCU 200~300개가 활용되지만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서는 최대 2000개가 탑재된다.
LG전자가 MCU를 자체 개발하면 시장 수요 대응뿐만 아니라 내재화를 통한 안정적 공급망도 확보할 수 있다. 외부에서 MCU를 공급받는 동시에 자체 물량으로 MCU 공급처의 다각화가 가능하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30일 “VS사업본부에 공급될 MCU를 LG전자가 직접 만들면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게 된다”면서 “안정적 MCU 수급으로 VS사업본부를 포함한 전장 사업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LG전자가 MCU 판매 사업에 뛰어들 공산은 크지 않아 보인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자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MCU 자체 개발이 LG전자 반도체 사업 강화를 위한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LG전자는 지난 2분기 SIC센터 내 차세대 시스템 반도체를 연구개발(R&D)하는 '넥스트 SoC'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도 했다. 부사장이 리더를 맡아 반도체와 관련된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MCU 자체 개발로 인공지능(AI)과 IoT용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공산도 크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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