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출장에서 돌아온 지 보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중동행 비행기에 올랐다. '뉴 삼성'을 만들기 위해 그동안 단절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복원하고 신사업 모색을 위한 글로벌 경영에 고삐를 바짝 죈다.
이 부회장은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혐의 재판 출석 후 이날 밤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주 재판부 사정으로 재판이 월요일로 앞당겨지면서 다음 공판 기일(16일)까지 9일 동안의 시간 여유가 생겨 해외 출장을 떠났다. 이 부회장은 출장길에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찾아 그동안 단절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복원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확인하는 한편 신사업 기회 등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2019년 2월 UAE 두바이를 방문해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흐안 아부다비 왕세제와 회동하며 정보통신(IT), 5세대(5G) 통신 등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해 9월에는 추석 연휴를 이용해 사우디 건설 현장을 방문하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도 UAE 고위층을 만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UAE는 올해 안에 전국 인구의 90%에 대한 5G 커버리지 달성을 목표로 잡은 상태로, 후속 투자와 망 고도화에 대한 추가 협력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가 UAE에 무기를 판매하는 대신 UAE에 구축된 중국 화웨이 통신장비를 철거할 것을 요구하면서 삼성전자로서는 UAE에서 5G 시장 확대 기회를 맞은 상황이기도 하다. 중국 제조사가 '일대일로' 중동 확장 핵심 교두보로 UAE 공략에 힘을 쏟는 가운데 이 부회장의 중동 방문이 반전 카드가 될지 주목된다. 지난달 2일 삼성물산 건설 부문이 사우디 국가혁신 전략에 맞춰 에너지·도시·인프라 개발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키로 한 것과 관련한 논의가 오갈 수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이 이달 말부터 내년 초까지 2주 동안 겨울철 휴정기를 보내는데 이 기간을 이용, 이 부회장이 또다시 해외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이달 23일 재판에 출석한 뒤 내년 1월 13일까지 20일 동안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재판 공백을 이용해 틈틈이 해외를 찾아 네트워크를 복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해외 입국자는 열흘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임원급 등 기업의 필수 인력'에 해당, 자가격리가 면제될 수 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