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인앱결제' 강제 우회에 관한 법원의 집행 명령과 관련해 애플이 신청한 집행유예 신청이 항소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이로써 애플은 항소심이 끝나기 전까지 최소 수년간 현행 인앱결제 정책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제9연방순회항소법원은 인앱결제 강제 우회를 허용하라는 법원 명령을 연기해 달라며 애플 측이 신청한 요구를 수용했다. 애초 법원은 9일을 집행 마감 기한으로 예정했다.
애플은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놓고 '포트나이트' 개발사로 유명한 에픽게임즈와의 소송을 치러 왔다. 에픽게임즈는 이용자 결제 금액의 약 30%를 수수료로 부과하는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과 관련해 “자사 시스템에서 결제하면 더욱 싸다”고 안내한 뒤 지난해 8월 앱스토어에서 퇴출,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캘리포니아주 북부지방법원은 지난 9월 인앱결제 강제 우회를 허용하라고 선고했다.
집행유예를 선고한 미국 항소법원은 “애플이 지방법원의 판결과 관련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면서 “에픽게임즈는 (앞선 판결에서) 애플의 행위가 반독점법 위반이 아니라 캘리포니아주 불공정경쟁법 위반이라는 사실만 입증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지난달 말 항소법원에 자료를 제출하면서 “지방법원의 판결을 즉시 집행하는 것은 앱스토어 이용자 수백만명에게 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초 지방법원의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는 애플의 집행유예 요청을 거절했다.
애플 측은 “애플은 앱스토어 이용자와 iOS 개발자에게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집행 명령을 즉시 이행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 및 보안과 관련해 새로운 위험을 낳고 고객의 앱스토어 경험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 집행유예를 허가해 준 법원에 감사하다”며 환영했다. 집행유예 선고와 관련해 WSJ은 “애플이 조치할 가장 중대한 변화 가운데 일부를 미룰 수 있게 됐다는 의미”라면서 “수익성 좋은 앱스토어 사업을 에픽게임즈와의 소송이 진행되는 최소 수년 동안에는 운영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지난 9월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면서 애플, 구글 등 앱마켓 사업자의 행위를 세계 최초로 규제한 나라가 됐다. 이에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한국인”이라고 적고 “한국에서의 변화가 세계에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에픽게임즈는 한국 포트나이트 개발자 계정 복원을 애플에 요구한 상태다. 국내 개발사 관계자는 “애플이 리더앱 외부 결제 허용 등 유화책을 내놓고 있지만 생태계 확장을 이끈 게임에 대해서는 유독 보수적”이라고 꼬집었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