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핵심 소재 리튬의 가격이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자동차(EV) 중심으로 시장 수요가 급증하는 동안 공급 물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5년 사이에 가장 비싼 가격대를 형성했다. 당분간 공급량 부족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글로벌 제조사의 리튬 확보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원자재 부문 시장조사기관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를 인용, 올해 5~11월 리튬 거래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고 보도했다. 올 한 해 가격 상승률은 무려 240%에 달했다. 2017년 이후 가장 비싼 가격대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수요·공급 불일치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신규 투자 저하가 맞물리면서 리튬 가격 상승을 부채질한 것으로 분석했다. 리튬은 전기차,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배터리 제조에 사용된다. 최근 테슬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완성차 업체가 EV 증산에 나서면서 리튬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 그러나 채굴 기업의 투자 부족으로 공급량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현재 리튬 매장량은 넉넉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를 배터리용으로 전환하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채굴 과정에서 환경 파괴 우려가 크고, 인허가를 얻는 과정에서도 여러 절차가 필요해 단기간에 생산량을 확대하기는 어렵다.
다국적 광산 기업 리오틴토는 현재 세르비아에서 리튬 광산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주민 수천명이 환경 보호 등을 이유로 시위에 나서며 자국 정부의 채굴 승인에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WSJ는 전기차 제조사가 수년간 싼 배터리 가격을 무기로 내연기관 차량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분석했다. 급등한 리튬 가격은 코로나19가 촉발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빠진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광물 가격이 상승하면 EV에 탑재할 배터리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 한정된 예산으로 생산계획을 만족시킬 수 있는 리튬을 확보하려는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WSJ는 미국 억만장자 찰스 코크가 최근 리튬 시장에 거액을 투자하는 등 신규 투자가 잇따르고 있지만 시장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몇 년 더 걸릴 것으로 관측했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최소 내년까지 리튬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