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선거를 80여일 앞두고 후보 지지율이 요동치고 있다. 누가 20대 대통령이 될지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이달 3주차 들어와 1%대까지 좁혀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윤 후보가 오차 범위 밖에서 줄곧 선두를 달리던 것에 비하면 의외의 결과다.
쿠키뉴스가 의뢰해서 한길리서치가 조사한 12월 3주차 정기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후보 지지율은 41.8%, 이재명 후보는 40.6%다. 두 후보 간 격차는 1.2%포인트(P)로 초박빙 양상을 달리고 있다. 지난 11~13일 사흘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1011명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응답률은 5.2%다.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된 11월 2주차 당시 이들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와 비교하면 변화는 더욱 실감 난다. 당시 윤 후보의 지지율은 44.6%로 이 후보 지지율 33.0%와는 11.6%P까지 벌어졌다. 1개월 새 격차가 초박빙으로 좁혀진 것이다.
지지율 변화 요인으로는 윤 후보와 국민의힘 내부로 눈을 돌리는 분석이 많다.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구성부터 윤 후보의 행보가 기존 정치인과의 차별성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며 '반문(反文)'세력 결집을 외치던 윤 후보가 처가 문제에 대해선 소극적 해명으로 일관하면서 구호를 무색하게 한 것이 지지율 하락의 첫 요인으로 꼽힌다. 당내에선 선대위 조직을 둘러싸고 김종인 위원장, 이준석 당대표와 갈등을 빚은 것도 악재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40대 이상 지지율 변화는 크지 않지만 '스윙보터'로 분류되는 2030 MZ세대의 변화다. 20대는 29.4%만이 윤 후보를 지지했고, 30대는 40% 지지율을 보였다. 이는 지난달 2주차 당시 20대의 윤 후보 지지율이 36.9%인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30대는 이전보다 3.1%P 올랐지만 이재명 후보 역시 비슷한 비율로 상승했다. 부동층도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20대가 윤 후보 지지를 철회했음을 보이는 사례다.
20대와 30대는 4·7 재·보궐선거 기점으로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 준 세대다. 당시 2030세대 다수가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후보에게 표를 행사했고, 결국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들었다. 이후에도 젊은 당대표 영입과 국민경선을 거치면서 청년층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오름세를 탔다. 전통적 진보층으로 인식되던 2030 표심이 보수로 흐른 것 아니냔 해석까지 등장했다. 이런 흐름이 이번에 다시 깨진 것이다.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은 2030세대를 잡기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청년세대의 중요성을 인지했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 다만 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다가서는 모습은 예전과 달라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청년과의 만남 이벤트를 기획하고 청년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들을 영입한다. 그렇지만 무대만 바꾸고 배우는 얼굴에 '점' 하나 찍은 것에 불과하다. 각 후보의 2030 접근 방식이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
2030세대가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린 것은 '조국 사태' 'LH 사태' 등으로 불거진 공정 이슈와 '벌어진 빈부 격차' 때문이다. 바로 청년층의 미래 삶에 있다. 이들이 공정을 요구하며 '비트코인' '로또'에 집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30세대는 윗세대와 달리 경쟁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실력과 스펙을 쌓으면서 공정을 요구한다. 그렇다고 승자 독식을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공존과 공생을 이야기한다.
정치는 생물이고 '표심'은 언제든 움직인다. 대선 후보들은 이제라도 청년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국가 비전과 정책 공약을 만들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지도 조사 결과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한길리서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