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협력 없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 어렵다

연말 반도체 장비 분야에 희소식이 나왔다. 중소기업 동진쎄미켐이 삼성전자와 협력해 반도체 초미세공정 필수 소재인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PR) 개발에 성공했다.

EUV PR는 반도체 미세공정에서 회로를 그릴 때 사용하는 핵심 소재다. 기술 난도가 높아 전량 해외에 의존하던 제품으로 지난 2019년 일본이 수출 규제에 나선 3대 품목 가운데 하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 2년여 만에 기술을 확보한 것은 국가적으로도 '쾌거'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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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반도체 기술 확보를 놓고 국가간 첨예한 경쟁 상황에 놓였다. 미국은 자국 기업은 물론 해외 반도체 장비 업체를 대상으로 중국 반도체 기업 SMIC 등에 수출 금지를 취할 태세다. 중국이 빠르게 첨단산업에 접근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한편에선 미국은 자국에 해외 반도체기업이 투자할 것을 종용한다.

일본 역시 지난 15일 자국 내 반도체 산업 강화를 위해 민관을 함께 1조4600억엔(약 14조 6000억원)에 달하는 대담한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반도체 생산기업을 지원할 기금 약 6000억엔을 추경예산안에 반영했고 관련 법개정도 추진중이다.

미국·일본 등이 반도체 지원정책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선 반면에 한국은 어렵사리 만든 '반도체 특별법(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 마저 속 빈 강정 위기에 처했다. 기획재정부 반대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조항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대폭 수정됐기 때문이다. 미국·일본 등이 지원책으로 자국 산업을 키우는 데 우리나라만 후퇴한 셈이다.

얼마 전 미국 돈 그레이브스 상무부 부장관은 “반도체가 석유보다 중요한 미래 자산”이라고 했다. 이는 경제는 물론 안보 측면에서도 반도체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민간만 뛰기엔 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정부와 국회는 이 점을 깊이 새겨 미래 기술력이 후퇴하지 않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