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대기업 진출 제한이 풀린 지 3년 만에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다. 법적 진출 제한은 없었지만 중고차 업계 반발에 따른 정부 및 국회 중재로 시점이 늦춰졌다.
완성차 제조사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3년 간 중고차 업계 반발로 공회전만 거듭해왔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시장 참여가 제한됐다. 3년씩 2회 지정된 이후 2019년 2월 28일 일몰됐다.
중고차 업계는 일몰을 앞둔 2019년 2월 8일 중소벤처기업부에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다.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하면 소상공인이 피해를 입을 수 있어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검토한 동반성장위원회는 2019년 11월 '일부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중기부는 규정대로 지난해 5월 7일까지 생계형 적합업종 최종 심의를 진행해 결론을 내렸어야 했다. 하지만 중고차 업계의 강한 반발 등으로 늦어졌다.
그동안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던 국내 완성차 업계가 중고차 시장 진출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다.
당시 김동욱 현대차 정책조정팀장 부사장은 “중고차 시장에서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를 포함해 70∼80%는 거래 관행이나 품질 평가, 가격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가 반드시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국회와 중기부는 기존 업체들과의 상생방안을 완성차 업계에 주문했다. 현대차그룹은 시장 단계적 진입과 매입 대상 차량 제한, 차량 정비 노하우 공유 등을 검토했으나 중고차 업계 반발이 지속됐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중재에 나섰다.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업계가 참여하는 중고차 상생협력위원회를 만들어 합의점을 찾아보려 했다. 위원회는 지난 2월 발족을 앞두고 중고차 단체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무산됐다.
지난 6월에서야 뒤늦게 중고차 매매산업발전협의회가 발족했다. △단계적 시장 진입 방안 △시장점유율 제한으로 인한 거래대수 기준 △중고차 매입 방식 등에 대해 논의했다.
양측은 4년에 걸친 단계적 시장 진입에 대해선 합의점을 찾았으나 시장점유율을 산정하는 기준과 매입 방식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중고차 업계는 중고차 거래대수 만큼의 신차 판매권까지 요구하는 등 완성차 업체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사항도 제안했다. 결국 을지로위원회는 9월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다시 공은 중기부로 넘어갔다. 중기부는 시기적으로 늦어졌지만 상생안 도출을 시도했다. 을지로위원회 중재에서 일부 진전이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지난 1일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로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당초 연내 마무리를 계획했으나 새해 1월 심의위원회 개최로 일정을 잡은 상태다.
한편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와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는 현재로선 중고차 시장 진출 계획이 없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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