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에 이어 확장현실(XR)과 메타버스까지 기술이 고도화면서 영상콘텐츠 제작환경도 다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변수가 더해지며 해외 올로케 촬영이 어려워진 데다 대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소 선택 제약을 LED 월과 XR·언리얼엔진·시각특수효과(VFX) 등 첨단기술로 해소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경기도 하남 망월동 브이에이스튜디오가 대표적이다. 브이에이스튜디오는 일반 스튜디오 3개동과 버추얼 스튜디오 3개로 구성된 대단지 스튜디오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버추얼 스튜디오 '브이에이스튜디오3'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대화면은 실제 유럽 공연장 모습을 방불케 했다. 눈앞에 유럽풍 건물 내부는 세트장인지 스크린 속 화면인지 얼핏 봐서는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계단과 모형 등 모두를 입체감 있게 구현했다.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이 자체 기술로 '프랑스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를 재현해 360도 스크린에 띄운 것으로 규모와 정교함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지름 11M, 높이 8M 360도 원형 LED 월로 구현된 공간은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만달로리안'을 촬영한 버추얼 스튜디오보다 더 큰 규모다.
LED 월을 언리얼 엔진 등 기술이 탑재된 특수 카메라로 촬영하면 TV 화면에는 스크린보다 더 사실 같은 모습이 나타났다. 카메라가 어느 곳을 비춰도 스크린에 나타난 모습이 실시간 정교하게 촬영됐다.
브이에이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자회사 모캡이 다년간 쌓아온 VFX·촬영기술 노하우, 언리얼 엔진 기술 등이 어우러져 실제 같은 가상세계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크로마키 기법 현장보다 훨씬 더 사실적인 버추얼 스튜디오가 보다 뛰어난 연기와 전달력을 선사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튜디오2는 높이 6M, 가로 곡선면 18M LED 월과 지름 14M 반원 바닥 LED 월, 천정에서 가로 6M·세로 3M LED 월로 이뤄졌다. 도착 당시 스크린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동안 가지 못한 인천공항 모습이 생생하게 재현돼 있었다.
숏폼 드라마 '라떼는 말야'를 촬영한 곳이다. 제작팀은 실제 공항에서 촬영 허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 의자 몇 개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풍경을 LED 월에 띄웠다. 멀리 서있는 사람도 가상으로 구현했다. 바닥 LED 월은 웬만한 자동차 한 대가 올라가도 문제없을 정도로 튼튼하다.
버추얼 스튜디오는 새해 더욱 각광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중시하면서 버추얼 스튜디오가 콘텐츠산업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바는 분명하다. 최소한의 소품을 제외한 대부분 환경을 LED 월에 구현할 수 있다. 실제 구현 대비 비용은 절감하고 촬영 종료 이후 폐기처분에 따른 폐기물도 최소화한다. 촬영 결과물은 말그대로 '리얼'하다.
스튜디오1처럼 라이브커머스 등에 최적화된 환경도 지원할 수 있다. TV홈쇼핑처럼 쇼호스트 도중 별도 그래픽으로 정보 전달을 하는 것과 달리 버추얼 스튜디오에서는 XR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필요한 정보를 공중에 띄우고 배경으로 보여줄 수 있다. 비교적 적은 공간이지만 넓은 XR 기술로 화면에는 보다 넓게 구현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었다.
브이에이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버추얼 스튜디오는 보안 때문에 촬영이 어려운 공간에서 촬영을 대체하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시간과 날씨 등 환경을 만들고 촬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성도 높다”며 “실제보다 더 리얼한 가상세계에서 촬영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남(경기)=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