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이 급물살을 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최근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은 공기업·준정부기관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 추천 또는 동의를 받은 비상임이사를 1명 선임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11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경제계는 진작부터 해당 내용을 담은 법 개정 추진에 우려를 표명하고 입법 절차 중단을 요청해 왔지만 묵살됐다. 경제계는 우리나라의 대립적인 노사관계 현실을 고려하면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이 의무화될 경우 경영상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노사 교섭, 갈등 현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부작용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노동이사제는 최근 노조법 개정에 이어 이미 노조 측으로 쏠린 노사 간 힘의 불균형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 자명하다. 투자와 고용 확대를 저해시키는 큰 불안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입법 중단을 요청했다.
이런 반대에도 국회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강행하고 있다. 경제계는 법안 개정 시도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노동이사제 입법 추진에 앞서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국민 합의가 선행돼야 함을 거듭 강조해 왔으나 이런 요청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계는 “강성 노조가 공공기관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공공 이익은 노조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며 “노동이사제는 이미 노조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심각하게 기울게 하고 오랜 숙원이었던 공공기관 개혁을 저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이 노동이사제를 시행하면 이후 민간기업에도 도입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이 민간기업 도입 압력으로 이어지면 가뜩이나 친노동정책으로 인해 위축된 국내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실시한 '노동이사제 도입에 관한 전문가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61.5%는 '노동이사제가 민간기업에 도입되면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90%는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민간기업에도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정치·사회적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계는 2년째 이어진 코로나19로 인한 유례없는 위기 속에서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국회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이 헛되지 않게 부작용 우려가 큰 노동이사제 도입 입법 절차를 중단해 달라는 경제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