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소프트웨어(SW) 개발에 집중한다. 당초 라이다(LiDaR)·레이더(Radar)·카메라 센서 등 핵심 장치 3개 모두를 자체 기술로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라이다는 독자 개발을 중단하고, 벨로다인과 발레오 등으로부터 조달한다. 대신 이들 센서 융합에 필요한 SW 개발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폐막한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2 현장에서 만난 천재승 현대모비스 R&D부문장(상무)은 “자율주행 센서 중 라이다는 자체 개발하지 않는다”며 “인지·판단 성능을 높이는 SW 기술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가 라이다 독자 개발을 중단한 건 실험실에서는 성능을 만족하지만 수백만대를 양산하면서 고른 품질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외 10여개 주요 라이다 회사가 있지만 실제 제품을 양산해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기업은 프랑스 발레오가 유일하다. 대신 현대모비스는 독자적인 '센서퓨전' 기술을 통해 경쟁사와 자율주행 성능을 차별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우회했다.
센서퓨전은 SW 알고리즘으로 라이다·레이더·카메라 각각 센서가 수집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지·판단 성능을 높이는 게 목적이다. 각종 센서가 동시에 감지한 중첩된 객체로부터 획득한 데이터를 통합하고, 정보의 균형을 맞추는 기술이 핵심이다. 현대모비스는 일부 센서가 작동하지 않거나 오작동할 때 스스로 이를 감지하고 다른 센서 데이터로 운행이 가능하도록 기술을 고도화한다.
천 상무는 “(현대모비스가 투자한) 벨로다인이 아직 상용화하지 못했지만 함께 제품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며 “라이다의 가격 부담과 측면 및 원거리 부분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 부분도 많이 발전하고 있어 특정 업체 라이다만 사용하지는 않겠다”고 전했다. 센서퓨전 등 SW기술을 확보해 특정 회사 제품에만 의존하지 않고 완성차 고객사 원하는 자율주행 시스템 라인업을 강화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는 약 6000명 R&D 인력 가운데 SW 인력 비중을 20% 수준까지 높일 방침이다. 천 상무는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하드웨어(HW) 강점과 함께 SW 부분을 강화, 통합시켜 경쟁력을 높여갈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SW 인력 충원과 독자적인 교육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박진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