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자동차 반도체 생태계 조성이 반도체 공급난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는 실리콘카바이드(SiC), 질화갈륨(GaN), 산화갈륨(Ga2O3) 등 새로운 소재 기반으로 전력 효율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신소재 기반 반도체를 내재화해 자동차 전력 효율을 높이는 한편 반도체 공급난에도 적극 대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는 실리콘 대비 높은 전압 사용이 가능하고 전력 소모를 줄여서 전기차에 활용하기 수월하다. 테슬라는 이 때문에 모델3 전기차(EV) 인버터에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6인치 SiC 반도체를 사용하고 있다. 8인치 반도체나 GaN, Ga2O3로 갈수록 전기차 전력 성능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차량용 반도체 세계 시장은 전기차 중심으로 2026년 80조원을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 차세대 반도체 개발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첫 스타트는 현대자동차와 국내 팹리스 파워큐브세미가 만드는 산화갈륨 전력관리반도체(PMIC)이다. PMIC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과 함께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대표 품목이다.
현대차는 올해도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심화하면서 완성차 최초로 산화갈륨 PMIC를 개발한다. 이 반도체는 실리콘, 게르마늄 등 기존 반도체 재료 대비 전압 에너지 장벽인 밴드 갭이 넓다. 2000볼트(V) 이상 고전압을 견딜 수 있고 고전압이 요구되는 차량용 부품에 내장되거나 전기차에 적용되면 전력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산화갈륨 PMIC는 또 반도체 소자 크기를 줄여 대면적 웨이퍼에서 생산 가능한 칩 수를 늘릴 수 있어 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화갈륨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은 현대자동차가 최초다. 전기차에는 SiC 6인치 반도체가 쓰이고 있다. 전력 효율 관리 효과를 올리면서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PMIC 개발에 뛰어들었다. 현대차와 파워큐브세미는 국책 과제 일환으로 산화갈륨 반도체 다이오드와 전력 모스펫 소자를 만들어 밴드 갭을 올리고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도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에 대응할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PMIC뿐 아니라 MCU 등 차량용 반도체 제품군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도 기대된다.
◇차세대 반도체 생태계 구축
현대차와 파워큐브세미 협력은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국내 생태계를 구축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그동안 독일 인피니언에 SiC 반도체를 대부분 받아 사용해왔다. 6인치에서 8인치까지 GaN, 산화갈륨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유럽, 미국, 일본 등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SiC, GaN, 산화갈륨 소재 원료부터 장비, 완제품 모두 해외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다. 현대차는 파워큐브세미와 협력으로 SiC와 함께 Ga2O3차량용 반도체를 동시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사 협력은 국내 파운드리 생산 협력뿐 아니라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또 다른 협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SiC 반도체는 차세대 차량용 제품으로 주목받는다. 테슬라가 SiC 제품 탑재 후 세계 20개 이상 자동차 업체가 전기차 충전기 등에 SiC 반도체를 사용하고 있다. 포드, 폭스바겐, 토요타, 포드 등 SiC 반도체 팹리스, 파운드리 협력을 촉발시키고 있다.
국내 기업도 SiC 등 차량용 반도체 핵심 업체로 분류된다. DB하이텍과 LX세미콘, 예스파워테크닉스 등이 SiC 반도체를 개발하거나 양산 경험을 갖고 있다. DB하이텍은 8인치 PMIC와 MCU를 실리콘 기반 생산한데 이어 연내 SiC 반도체로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LX세미콘은 LG이노텍으로부터 SiC 반도체 자산을 인수해 SiC 반도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예스파워테크닉스는 SiC 반도체 선도 업체로 포항 팹을 이용해 전기차 충전기와 가전 기기용 SiC 도체를 개발, 양산하기도 했다. 이건재 IBK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핵심 부품 개선 문제는 차세대 반도체 성능 개선과 전고체 배터리 사용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부장 업계 협력도 기대
SiC 반도체 소재 협력도 기대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실리콘 웨이퍼를 공급하는 SK실트론은 미국 화학 대기업 듀폰 SiC 웨이퍼 사업을 인수했다. 6인치 SiC 소량의 반도체를 생산했으며 8인치 SiC 웨이퍼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 계열사인 SK머티리얼즈가 SIC 웨이퍼 가공 사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에스티아이, 신성이엔지 등이 SiC 반도체 장비 공급 성과가 기대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 성장에 대응해 현대차와 국내 반도체 기업과 소재, 장비 분야 파트너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전동화 과정에서 전기차 반도체 가치는 기존 내연차 두 배에 달해 공급망과 가격에 혼란을 주고 있다”며 “국내 완성차와 반도체, 소부장 협력은 반도체 공급 부족 단기 상황에 대응하고 변화를 줄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국이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과 생산능력 확충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며 “한국도 차량용 반도체 분야 차세대 소자 개발과 소재 국산화를 위한 시장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전력 효율 높이고 반도체 공급난 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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