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기저항메모리(MRAM)'의 저전력 구현 난제를 세계 최초로 해결했다. 전원을 공급하지 않아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비휘발성 MRAM은 높은 안정성과 속도를 제공,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MRAM 적용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인-메모리 컴퓨팅으로 인공지능(AI)을 구현하는 등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저변을 확장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MRAM을 기반으로 세계 최초 인-메모리 컴퓨팅을 구현했다고 13일 밝혔다. 인-메모리 컴퓨팅은 메모리 안에서 데이터 저장뿐 아니라 연산까지 수행하는 최첨단 칩 기술이다. 메모리 내 대량의 데이터 이동없이 병렬 연산이 가능하다. 이 덕분에 전력 소모를 최소화한다. 차세대 저전력 AI 칩을 만드는 유력 기술로 손꼽힌다. 기존 컴퓨터는 데이터 저장을 담당하는 메모리 칩과 연산을 맡는 프로세서 칩이 따로 구성됐다.
인-메모리 컴퓨팅 구현을 위해 전원 공급을 차단하더라도 정보를 기억하는 비휘발성 메모리인 △저항메모리(RRAM) △상변화메모리(PRAM) △MRAM 등에 대한 연구가 지속돼왔다. 특히 MRAM은 데이터 안정성이 뛰어나고 속도가 빠른 강점으로 차세대 메모리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인-메모리 컴퓨팅 적용 시도 전력 이점이 크지 않는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MRAM이 가진 낮은 저항값 특성 때문이다.
삼성전자 연구진은 MRAM 한계 원인인 '전류 합산' 방식 구조를 '저항 합산' 구조로 변경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MRAM 한계를 극복, 인-메모리 컴퓨팅에 적합한 저전력 설계에 성공한 것이다. 연구진은 MRAM을 적용한 인-메모리 컴퓨터 칩 성능을 AI 연산에도 응용했다. AI를 통한 숫자 분류는 최대 98%, 얼굴 검출에는 93% 정확도로 동작함을 검증했다.
이번 연구는 시스템반도체 공정 기술과 접목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를 대량 양산하고 차세대 저전력 AI 칩을 구현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MRAM 활용 영역을 확장했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 연구진은 생물학적 신경망을 다운로드하는 뉴로모픽 플랫폼으로 MRAM을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안했다.
연구결과는 12일(영국 현지시간)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정승철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이 제1 저자로, 함돈희 종합기술원 펠로 및 하버드대 교수와 김상준 종합기술원 마스터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반도체연구소, 파운드리사업부 연구원들도 공동으로 연구에 참여했다. 정 전문연구원은 “인-메모리 컴퓨팅은 메모리와 연산이 접목된 기술로, 기억과 계산이 혼재되어 있는 사람의 뇌와 유사한 점이 있다”며 “이번 연구가 향후 실제 뇌를 모방하는 뉴로모픽 기술의 연구 및 개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